타인에게 선의를 베풀면 그대로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16년 전, 숨진 딸의 심장판막을 기부했던 한 여성이 최근 다른 가족들로부터 같은 보답을 받았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는 잉글랜드 버크셔 주 레딩 출신의 리사 말렛(36)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리사의 딸 제이든은 2002년 첫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욕실에서 경련을 일으켰는데 이는 심각한 뇌손상으로 이어졌고, 결국 딸은 살아남지 못했다.
리사와 남편 케빈은 가슴이 찢어질듯 아팠지만 또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딸의 심장 판막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사람의 결정 덕분에 생후 4개월 된 남자아이가 새 삶을 선물 받았다.
리사는 “아이를 잃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절망에 빠져 있는 다른 가족들을 위해 기증하고 싶었다”면서 “기증을 통해 우리도 갈수록 상실감에서 벗어나 편안함과 위로를 받았고,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6년 후, 숨진 제이든의 동생 에스메(4)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심장 결함을 갖고 태어난 에스메는 병원에서 인공 심장을 통해 1년 간 생을 연장해왔지만 대동맥 협착증(aortic stenosis, 대동맥판막이 좁아져서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류가 충분하게 나가지 못하는 상태) 진단을 받고, 장기 기증이 절실해졌다.
둘째마저 잃을 수 없었던 엄마는 에스메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장기기증 호소문을 보냈고, 고통과 불확실함 속에서 기증자가 나타나길 기도하며 기다려왔다. 그리고 얼마 후 한 가족에게서 심장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 받았다.
그녀는 “무슨 말로도 이 감사함을 표현할 길이 없다. 우리 딸에게 심장을 기증한 가족들은 지금 생애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면서 “슬픈 사실이지만, 비극적인 일이 생기면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음을 배웠다”고 전했다.
사진=미러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