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시신과 함께 6개월 가까이 생활한 6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은 죽은 형의 시신과 한 지붕 생활을 한 68세 노인을 사기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노인은 "생활비를 벌지 못해 몹쓸 짓을 했다"며 눈물을 떨궜다.
제보를 한 건 같은 건물에 사는 한 주민이었다. 그는 "건물에 한때 악취가 진동했다. 누군가 시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노인의 집을 악취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제보자는 "노인형제가 살던 집인데 최근엔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며 집에 시신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경찰이 확인을 위해 방문하자 노인은 "한때 형이 함께 살았지만 지금은 이사를 갔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도 안을 확인해야겠다는 경찰에게 그는 순순히 문을 열어줬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지만 범행은 바로 발각됐다. 방에는 이불로 둘둘 만 무언가가 한쪽에 누워 있었다. 이불을 펴보니 미라가 된 시신이었다.
그제야 노인은 사실을 털어놨다. 시신은 죽은 자신의 형이라고 했다. 노인에 따르면 형(72)은 지난 3월 사고로 사망했다. 바로 구조대를 부르고 사망신고를 했어야 하지만 노인은 돈 걱정에 신고를 망설였다.
형이 매달 꼬박꼬박 받는 연금은 형제의 유일한 수입이었다. 연금이 끊기면 생계가 막막하다는 생각에 노인은 형의 죽음을 숨기기로 했다. 시신은 이불이 말아 방 한쪽에 눕혀 놨다.
이렇게 6개월 가까이 형의 연금을 타 생계를 유지했지만 이제 노인은 법정에 서게 됐다. 경찰은 "타인의 위기를 보고도 도움을 주지 않은 것, 연금을 대신 탄 것 등이 모두 범죄에 해당한다"며 "사연은 안타깝지만 사건은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망한 형이 받던 연금액은 월 100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130만원 정도였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