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에 있는 항저우동역에서 구걸하는 할머니에 관한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 내용은 역 안에서 구걸하고 있는 할머니는 자산가이므로,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안내 방송이 흐르는 역내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지자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일부 네티즌은 해당 할머니를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부자 할머니의 구걸 배경에는 중국이 안고 있는 심각한 고령화 문제가 있었다고 현지언론 전강만보 등이 보도했다.
아들에 따르면, 할머니는 만 79세로 매일 아침이 되면 근처 역에서 가서 지도를 팔고 오겠다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할머니의 이런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해 몰래 따라갔다. 그런데 역에 도착한 할머니는 지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지나다니는 승객들에게 “돈 좀 달라”며 구걸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들은 할머니에게 제발 구걸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매일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몸도 점점 나빠져 80세가 되면 도우미를 고용하겠다”면서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그 후로도 아들은 매일 아침이면 할머니가 나가지 못하도록 말렸지만, 할머니를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들은 그 사실을 역장에게 알리고 매일 기차역에 역내 방송을 하게 한 것이다.
아들은 “어머니에게는 5층짜리 집이 있다. 그중 한 가구의 임대료 수입만 해도 매년 5만 위안(약 812만 원)에 달한다”면서 “나 역시 공장을 경영하고 있어 어머니의 생활에 불편함은 전혀 없다”고 말하며 매일 아침 집을 나서는 어머니를 걱정했다.
중국에서는 2016년 한 해 동안 태어난 신생아 수가 1758만 명이었지만, 60세 이상 인구수는 2억4100만 명에 달한다. 오는 2030년이면 6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말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상에서는 “역의 대응은 옳았지만 고령자의 입장이 돼 생각하면 할머니가 구걸하는 심정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는 반응이 있지만, “할머니의 걱정은 알지만 세상에는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할머니에게는 걱정해 주는 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할머니는 행복한 편”이라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