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시인이여, 침을 뱉어라 - 도봉 김수영 문학관

작성 2019.06.27 09:35 ㅣ 수정 2019.06.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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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문학관에서는 김수영의 인물 사진 및 그가 남긴 삶의 궤적들을 잘 전시해 놓았다
# <폭포>, <풀>, <눈>, <거대한 뿌리> 등의 작품, 자유주의자 시인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산문, 김수영 전집, 민음사, 2003>

광화문 광장이다. 온갖 ‘말’이 넘친다. 이렇듯 말들은 하루 종일 세종대왕님 발아래에서 물고기 떼 지나가듯 흘러간다. 그래서 지금, 시인 김수영(1921-1968)을 찾아간다. 왜냐하면 그에게 ‘말’을, 무슨 ‘말’을,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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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는 작품인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육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시인 김수영은 결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그의 혀는 정확히, 그리고 주저 없이 시대의 금기(禁忌), 그 한 가운데를 꿰뚫었다. 일례로 4.19혁명 이후 그는 한국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는 시 한 편을 몇몇 신문사에 보낸다. 당연히 발표되지 못한다. 제목이 뜬금없다. ‘김일성 만세’. 물론 진짜 ‘김일성’하고는 하등의 연관도 없는, 요샛말로 제대로 ‘어그로(aggro : 도발, 공격을 뜻하는 aggressive에서 유래된 말)를 끄는 제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서슬이 퍼렇다 못해 시커먼 작두날같은 분단의 시대 한 가운데에서, 조금도 머뭇거림없이 반대편 과녁 정중앙을 향해 그는 '말'을 쏘아 올린 것이다.

‘무슨무슨 주의의 노예가 될 수 없는 게 아니겠소?’라며 시인 신동엽(1930-1969)에게 자신의 속내를 보였던, 징집된 인민군에서조차도 도망쳐 나왔던, 오히려 <연꽃 (1961)>이라는 작품을 통해 사회주의자들의 맹목적성을 비판까지 하였던 김수영은 당연히 공산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그에게 공산주의자라는 1차원적 반공 이데올로기의 굴레가 죽을 때까지 덧씌워지는 순간이다. 폭포처럼, 팽이처럼 고독하게 양심의 자유를 거침없이 부르짖었던 ‘자유주의자’ 김수영을 만난다. 도봉구에 위치한 김수영 문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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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현대사의 한 가운데서 온 몸으로 자유를 부르짖던 시인 김수영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시인 김수영은 삶은 이러하였다. 1921년 11월 27일 종로구 관철동 158번지, 그러니까 정확히 현재 파고다 어학원이 있는 자리에서 태어났다.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에서 연극 공부를 하기도 한 그는 1943년 중국 길림성으로 이주를 하였다. 해방을 맞아 서울로 돌아온 후 연희전문학교 영문과에서 공부를 하기도 한 그는 1950년에 진명여고와 이화여전을 나온 부인 김현경(1927 ~ )여사와 결혼을 하였고 서울의대 부속 간호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다. 하지만 6.25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모든 일상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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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시를 주로 쓰던 식탁 테이블과 여러 필기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다
1950년 9월 의용군으로 강제 동원된 그는 한 달 만에 인민군 부대를 탈출하고, 거제 포로수용소에 수감된다. 1953년 석방 이후 미8군 수송관의 통역관, 선린상업학교 영어 교사, 평화신문사 문화부 차장 등의 일을 하다 1955년 6월 이후 번역과 양계를 하면서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1968년 6월 16일 밤 11시 30분경, 인도로 돌진해 온 버스에 치여 이튿날 아침 8시 적십자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시대를 온몸으로 갈아내며 피를 뿜듯 시를 뱉어내던 48년의 삶이 끝났다.

# 육필 원고, 시를 쓰던 물품들이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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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김수영의 작품 및 번역서, 그가 즐겨 읽던 책들도 전시되어 있다
김수영 문학관은 2013년 11월 27일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 개관하였다. 원래 이 곳은 방학 3동 문화센터 건물로 사용하던 건물로 주변의 원당샘공원, 방학동 은행나무, 연산군 묘, 북한산 둘레길 등과 엮어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면서 새로이 리모델링되었다. 현재 김수영 문학관 건물은 지상 4층, 지하 1층 총 400평 규모로 이루어져 있는 데 1층과 2층은 김수영 문학관으로 사용되고 3층은 도서관 4층은 학술 행사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강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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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문학관은 서울 도봉 방학동에 위치해 있다.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현재 김수영 문학관에는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와 여동생 김수명 씨가 나누어 보관하던 시인의 유품을 제 1전시실과 제 2전시실로 나누어 보관 전시하고 있다. 제 1전시실에는 한국 근,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경험하며 이루어진 시 원고, 산문 원고, 저서, 번역서 등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이 곳에는 육필 원고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어 세상에 향해 ‘자유’를 외치던 시인의 거친 숨결을 느낄 수도 있다. 제 2전시실에는 시인의 일상유물을 전시하여 김수영의 삶의 궤적이 담고 있는 시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그가 시작 활동을 하였던 테이블과 여러 가재 물품 등은 지금도 생생히 시인의 삶과 함께 하는 듯하다.

<김수영문학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시인 김수영을 안다 ★★★★☆ (★ 5개 만점)

- 시인 김수영을 모른다 ★★ (★ 5개 만점)

2. 누구와 함께?

-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시인을 기리는 누구라도.

3. 가는 방법은?

- 서울특별시 도봉구 해등로 32길 80

- 버스 130번, 1144번, 노원15번 정의공주 묘 하차

- 지하철 4호선 쌍문역 하차 2번 출구, 06번 마을버스 환승 김수영문학관 하차

4. 특징적인 점은?

- 김수영 시인의 삶을 제대로 구현해 낸 문학관이다. 소장 및 전시 수준이 수준급.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생각보다 관람객들이 많지는 않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제 1전시실의 육필 원고, 제 2전시실의 여러 일상 속 물건들.

7. 관람시 주의사항은?

- 텍스트 위주의 문학관. 천천히 작품을 읽을 시간을 만들어 가면 좋다. 반나절.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kimsuyoung.dobong.go.kr/intro/information.as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함석헌 기념관, 둘리뮤지엄, 간송전형필 가옥, 원당샘 공원, 연산군 묘, 정의공주 묘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서울 시내에 있는, 작가를 기리는 문학관 중에서는 첫 손에 꼽히는 전시 수준이다. 둘러보는 수준이 아니라 김수영 도서관이라는 느낌으로 최소한 반나절의 시간은 필요하다. 거침없이 세상에 향해 침을 뱉어 내던 용기 가득한, 자유인 김수영의 삶의 흔적이 뜨겁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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