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 평화로운 사파리에서 진흙 목욕을 즐기던 코뿔소들 앞에 갑자기 거대 아프리카코끼리가 나타났다.
영상을 제공한 인도계 미국인 크리슈나 툼말라팔리(64)는 “지난 6월 초 가족과 남아프리카로 여행을 갔다. 사파리 투어 중 귀여운 코뿔소들을 보고는 잠시 멈춰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아프리카코끼리가 코뿔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난 코끼리가 새끼 코뿔소를 향해 성큼성큼 발을 옮기는 순간, 위험을 감지한 어미 코뿔소가 황급히 그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곤 덩치 큰 코끼리에게서 새끼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졌다. 어미가 자신보다 최소 3배는 큰 코끼리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시간을 버는 사이, 새끼는 가까스로 몸을 피해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새끼의 안전을 확인한 어미는 겨우 코끼리에게서 벗어나 새끼와 함께 전력 질주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코끼리는 한참을 더 코뿔소들을 추격하다 걸음을 멈췄다. 툼말라팔리 가족을 안내한 사파리 가이드는 “10년간 가이드 일을 했지만 이런 장면을 본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아프리카 사파리 내 최고 맹수로 손꼽힌다. 평균 몸길이 8m, 몸높이 4m, 몸무게 8t으로 모든 육상 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크다. 대체로 온순해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먼저 달려드는 일은 드물지만, ‘머스트’(musth) 상태의 코끼리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머스트’는 번식기에 접어든 25살 이상의 수컷 코끼리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데, 평소보다 테스토스테론 등 성적 호르몬이 60배 더 많이 분비돼 공격성이 짙어진다. 현지언론은 이 코뿔소들이 운 나쁘게도 ‘머스트’ 상태에 접어들어 폭주하는 코끼리의 시야에 걸려 봉변을 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