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 호주판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적혈구형성 프로토포르피리아(erythropoietic protoporphyria. 이하 EPP) 진단을 받은 환자는 약 200명에 달한다.
EPP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합성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며, 피부에 자외선이 닿을 경우 홍반이나 부종뿐만 아니라 피부가 타거나 찢어지는 듯한 통증 및 화상을 입는 증상을 보인다. 심한 사람은 단 2분 정도만 햇볕에 노출돼도 견디기 힘든 통증을 느낀다.
사례에 소개된 환자인 호주 국적의 72세 노인 앤 윌슨과 뉴질랜드 국적의 5세 소녀 그리피스는 외출 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옷과 모자, 장갑 등으로 피부를 감싸야 한다.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 집안 전체를 어둡게 하고, 대신 곳곳에 램프를 놓아 어둠을 밝힌다. 두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시청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태어나는 순간부터 EPP 진단을 받았다. 윌슨은 “아기였을 때, 부모님은 밖에 나서기만 하면 자지러지게 우는 나를 보며 이유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셨다”면서 “비행기를 타거나 여행을 떠나도 빛을 피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범한 일상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밤 시간 또는 그림자 안에서 살아야 하며, 밤에 열리는 파티나 저녁 약속 등에 참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PP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햇빛뿐만이 아니다. 윌슨은 “이 질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무지한 손가락질과 눈빛도 햇빛만큼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에 사는 5세 소녀 그리피스는 비가 오는 날에도 온 피부를 감싸야 하는 고도의 EPP 환자다. 해가 완전히 진 저녁이 돼야 마스크와 모자를 벗을 수 있을 뿐이다.
현재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EPP 진단을 받은 환자는 전 세계에 약 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현재 호주의 한 제약사가 개발한 치료제의 시판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치료제는 2016년부터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으며, 이달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취득함에 따라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향후 1년 이내에 정식 시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