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배달을 나온 인근 마트 직원 하빌 칸(26)이 화재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배달지로 가려는데 어떤 집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게 보였다”면서 “본능적으로 달려갔다”고 설명했다. 2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그가 불이 난 집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는 등 혼란스러워하는 주민들을 진정시켰다고 전했다.
이윽고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있던 여성 한 명이 집 안에 아기가 혼자 남아 있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칸은 이 여성을 데리고 망설임 없이 불 난 집으로 뛰어들었고, 활활 타오르는 부엌 옆 방에서 생후 7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
연기가 자욱한 화재 현장에서 아기를 구조한 칸은 소방대와 구급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머물며 사람들을 보살핀 뒤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칸의 영웅적 행동이 알려지자 동료들은 환호했다. 칸과 함께 일하는 클레어 윌키스는 “스스로는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는 아니”라면서 “정말 훌륭한 행동이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일하는 마트의 매니저 피터 스미스 역시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을 돕는 그가 이런 일을 해내다니 우리 매장의 큰 자산”이라고 뿌듯해했다.
배송직원이 화재 현장에서 아기를 구했다는 소식은 본사까지 전해졌다. 데일리메일은 칸이 소속된 유명 마트 ‘아스다’ 본사가 그를 올해의 사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작 칸은 이런 사람들의 반응이 낯선 것 같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서 “약간의 도움을 주었을 뿐 솔직히 전혀 영웅적인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멋쩍어했다. 이어 “사람들 모두 무사하고 아기도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