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뉴질랜드 남섬 마운트 어스파이어링 국립공원에서 헬기를 타고 일대를 비행하던 현지 사진작가가 빙하가 붉게 물든 현상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남섬 휴양도시 와나카에 살며 여행 사진작가 겸 블로거로 활동하는 리즈 칼슨은 이날 공원에서도 특히 키치너 빙하로 들어섰을 때 빙하가 얼마나 붉게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와 함께 “여름 끝 무렵에는 눈이 녹아 지저분하고 심지어 회색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재는 봄이 한창이므로 정말 기묘했다”면서도 “(뉴질랜드) 빙하는 이미 빠르게 녹고 있는데 이런 붉은 먼지로 뒤덮이면 빛을 반사할 수 없어 더 빨리 녹을 것”이라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현재 이런 먼지가 뉴질랜드 빙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미 과학자들은 아마존 산불로 안데스산맥의 빙하에 검은 탄소나 먼지 같은 오염 물질이 쌓여 실제로 빙하가 빛을 반사하는 능력이 줄어들어 더 빨리 녹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바 있다.
CNN의 기상학자 모니카 개럿은 “호주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편서풍을 타고 뉴질랜드에 불어닥쳐 연기 속 무거운 입자가 떨어져 눈이 붉게 물드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빙하에 떨어진 오염 물질을 조사하기 전까지 어떤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난 몇 달간의 상황을 고려할 때 호주 산불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일 촬영된 위성 사진에는 뉴사우스웨일스주 동부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가 태즈메이니아해를 지나 뉴질랜드 북섬까지 가로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뉴사우스웨일스와 마운트 어스파이어링 국립공원은 1600㎞ 정도 떨어져 있다.
또 뉴질랜드에서는 호주 산불로 인한 연기와 분진 탓에 하늘이 빨간색이나 주황색으로 물드는 현상도 관측됐다.
현재 호주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시드니가 뿌연 연기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낮 기준으로 뉴사우스웨일스주 95곳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절반 정도는 불길도 잡지 못했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특히 시드니 북서쪽 300㎞ 지점의 고스퍼스 산물은 25만㏊를 태운 뒤 다른 2개의 산불과 합쳐져 시드니 면적보다 큰 초대형 산불로 커졌다.
당국은 현재 소방대원 1600명을 투입해 화마와 싸우고 있으나 폭염과 마른 공기, 거센 바람 등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리즈 칼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