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비비안 워커(48) 역시 7년 전인 41살 때까지 단 한 번도 ‘검은 산타’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봤을 뿐, 그 어떤 크리스마스 행사에 가도 그저 ‘하얀 산타’만 존재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아들이 ‘흑인 산타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자신 역시 흑인 산타를 직접 조우한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녀는 7년 전 난생 처음으로 검은 산타를 만나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왕복 8시간 되는 거리를 오갔다. 오로지 검은 산타를 만나기 위한 긴 여정이었고, 이후 그녀의 삶이 달라졌다.
워커는 2016년부터 ‘블랙 산타 디렉토리’라는 이름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약 1900명의 회원이 있으며, 이들은 산타가 특정 인종이나 계층에게만 존재하는 이벤트라는 사실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워커와 함께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정신과 의사 지한 우즈 박사는 “우리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또는 2학년 때부터 인종을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흑인 산타를 만나는 일 등은) 아이들의 긍정적인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커에 따르면 현재 뉴햄프셔와 메인, 알래스카 등 미국 내 10개 주에서는 검은 산타가 주최하는 공개 행사가 전무하다. 그러나 올 한 해에만 약 300개의 행사 주최 측이 그녀가 이끄는 ‘블랙 산타 디렉토리’를 통해 검은 산타를 초청했다.
워커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산타가 있다. 인종과 관계없이 흑인이나 아시안, 라틴 산타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길 권장한다”면서 “블랙 산타도 산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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