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잡힌 바르샤바 그루퍼는 무게가 160㎏에 육박한다. FWC 측은 그루퍼가 지난달 29일 플로리다 남서부 183m 깊이 바다에서 낚였으며, 50년 이상 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크고 오래된 샘플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다”라고 평가했다. 그루퍼를 잡은 남성은 “낚싯대와 낚싯줄 하나로 그루퍼를 낚았다"면서 "2019년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라고 자축했다.
농엇과 생선인 그루퍼는 전 세계에 1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골리앗 그루퍼’(자이언트 그루퍼)로 분류되는 대형종은 상어까지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450m 해저에서도 소형 상어를 잡아먹는 ‘골리앗 그루퍼’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해양탐사 연구팀 카메라에 포착돼 놀라움을 안겼다. ‘바르샤바 그루퍼’는 길이 2m, 무게 260㎏ 이상까지 자란다.
지금까지 잡힌 그루퍼 중 역대 최대 크기의 그루퍼는 1961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 페르난디나 해변에서 잡힌 무게 308㎏짜리 ‘골리앗 그루퍼’로 알려져 있다. 1985년 12월 플로리다 멕시코만에서 붙잡힌 ‘바르샤바 그루퍼’가 198㎏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16년 12월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 인근 해상에서 포획된 무게 192㎏짜리 ‘골리앗 그루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그루퍼로 기록됐다. 당시 영국 맨체스터의 도매시장에 전시된 그루퍼는 한 소매상에게 1000파운드(약 148만 원)에 팔렸으며, 이후 5000파운드(약 741만 원)에 넘는 가격에 재판매됐다.
이처럼 거대한 크기로 먼저 화제를 모으다 보니, 그루퍼가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다. 그루퍼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전 세계에 서식하는 163종을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올려놓을 만큼 그 개체 수가 점점 줄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그루퍼 20종(전체의 12%)이 멸종될 것이며, 추가로 22종(전체의 13%)이 멸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IUCN은 보고 있다.
특히 ‘골리앗 그루퍼’는 10년 사이 개체 수가 80% 이상 감소해 멸종위기 심각 단계에 놓여있다. 미국은 1990년부터 전 해역에서 ‘골리앗 그루퍼’의 반출을 금지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