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현지시각) 전미과학자연맹이 발행한 'United States nuclear forces,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인 2019년부터 트라이던트 II에 50발의 W76-2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저위력 핵탄두는 약 20킬로톤(kt)에 상당하는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를 기준으로 그보다 위력이 낮은 핵무기를 말한다. 참고로 1킬로톤은 TNT 폭약 1000t의 위력에 해당한다. 트라이던트 II는 현재 240발이 미 해군에 배치되어 있다. 최대 12,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즉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대등한 사거리를 갖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핵무기로 손꼽히는 트라이던트 II는 그동안 W76-1과 W88 핵탄두를 탑재했다.
이들 핵탄두들은 90 및 475㏏의 위력을 자랑한다. 반면 W76-2 저위력 핵탄두는 5~7㏏으로 추정되고 있다. 트라이던트 II에 탑재되는 핵탄두는 기본적으로 열핵폭탄 즉 수소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과 달리 핵융합을 이용한 핵폭탄이다. W76-2 저위력 핵탄두는 위력을 약화하기 위해, 기존 탄두와 달리 위력을 증대시키는 핵융합 물질을 제거하고 대신 동일한 부피와 중량의 대체물질을 채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W76-2 저위력 핵탄두는 Mk4A 재돌입체에 내장된다. Mk4A 재돌입체의 원형 공산 오차는 90m 이하로 알려져 있으며 슈퍼신관을 사용해 ‘핵 벙커버스터’로 사용이 가능하다. 전미과학자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라이던트 II에는 1~2발의 W76-2 저위력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트라이던트 II에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한 배경에는, 러시아 및 중국의 전술핵무기 즉 비전략핵무기에 대응하는 동시에 저강도 핵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탈냉전 이후 미국은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B61 계열 전술핵무기만 운용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다양한 전술핵무기 투발 수단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확대 개량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비록 미국보다 핵무기 보유량은 적지만 각종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으며 그 수를 늘리고 있다. 또한 북한은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한 상황이다. 저위력 핵탄두는 러시아와 중국 같은 나라에 사용했을 경우 전면적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북한은 아직 제한된 핵무기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좀 다르다. 이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핵도발을 응징하려 할 때, 정밀타격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저위력 핵탄두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