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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에 기뻐하는 호주 캥거루들 사진, 알고보니 ‘싸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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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뉴사우스웨일스의 코지우스코 국립공원 인근 지히에서 캥거루 두 마리가 비를 맞으며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사진=찰스 데이비스/페이스북)
캥거루 두 마리가 비를 맞으며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담은 화제의 사진 한 장이 인터넷상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19일 데일리메일 호주판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캥거루 두 마리가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는 모습을 담은 화제의 사진 한 장은 호주에서 산불이 진정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쓰였다.

많은 네티즌은 사진 속 두 캥거루가 최근 호주에서 가뭄과 산불로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그동안 절실했던 단비가 내려 기뻐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14일 해당 사진을 실제로 촬영한 현지 사진작가 찰스 데이비스(33)가 자신의 상징적인 흑백 사진은 6년 전인 2014년 뉴사우스웨일스의 코지우스코 국립공원 인근 지히에서 캥거루 두 마리가 비를 맞으며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고 밝히며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주 스노이 산맥 인근 쿠마에 있는 한 농장에서 살고 있는 이 작가는 당시 두 캥거루가 빗속에서 싸우는 모습을 3시간 동안 지켜보던 끝에 이 놀라운 장면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는 이 사진으로 그해 말 호주 지리학회로부터 흑백사진 부문에서 상 하나를 받았다.

작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였던 12월 25일쯤부터 SNS상에서 자신의 사진이 다시 등장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새해 첫날부터 전국적으로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확산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의 지적재산이 온라인상에서 거짓말을 퍼뜨리는 데 쓰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지겨워져 이 문제를 페이스북에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게시글에서 “여전히 집 주변 모든 것이 불타고 있는데 이 사진을 게시해야 한다는 점은 날 정말 짜증나게 한다. 이 사진은 지난 2주간 SNS에 거짓말을 하는 데 쓰였다”면서 “사람들은 ‘누군가가 호주에서 산불을 끄는 비를 캥거루들이 축하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우선, 난 이 사진을 2014년에 찍었다. 이들 캥거루는 이미 산불을 피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 확실히 어떤 것도 축하하지 않는다”면서 “난 직접 모든 비가 내렸고 모든 것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당신이 이런 헛소리와 함께 이 사진을 올리는 사람을 본다면 사실을 바로 잡아 달라”고 덧붙였다.

데이비스는 데일리메일 호주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진을 누군가가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이를 이용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는 더 화가 난다. 내가 사는 지역에 불이 났었고 사람들은 내 사진을 올리며 산불이 더는 일어나지 않아 호주인들은 축하하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그 사람은 너무 게을러서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게시물에서 주장한대로 사진 속 캥거루들은 싸우고 있고 축하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축하하지 않으며 동물들은 축하하지 않는다. 그들은 먹고 자고 싸운다”면서 “그들은 싸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 사진을 잘못된 정보로 공유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산불 피해 규모를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이거나 호주 도심지역의 거주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미국인 남성이 내게 이 사진에 관한 게시글을 내려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글은 나중에 삭제됐다”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므로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찰스 데이비스/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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