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ESA에 따르면, 산소를 생산하는 이 실험 시설은 네덜란드 노르트베이크에 있는 유럽우주기술센터(ESTEC)의 재료전기부품실험실에 만들어졌다.
ESA가 달에서 산소를 직접 생산하려는 이유는 인류가 지구 저궤도를 넘어 달을 비롯한 화성 등으로 나아가는 장기 우주 탐사에서 꼭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시설에서는 달 표면을 가득 덮고 있는 고운 흙인 ‘달의 표토’를 분석해 만든 모조 미세 입자를 가지고 950°C까지 가열한 염화칼슘 용해액에 넣은 뒤 거기에 전류를 흘려 산소를 추출한다. 여기서는 산소뿐만 아니라 인류가 달에 조성할 거주지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금속합금이 생성된다.
이들 연구자는 흔히 ‘달의 먼지’라고도 불리는 표토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이번에 고안한 시설이 언젠가 달에서 인류가 자급자족할 기지를 구축하는 기초를 마련하길 희망한다.
실제로 달에서 온 표토 표본에 관한 분석에서는 이들 입자에서 산소가 그 무게의 40~45%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소가 가장 풍부한 단일 원소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표토 속에서 산소는 광물이나 유리 형태로 다른 원소들과 강력하게 결합한다.
그런데 전기분해의 한 형태로 표토를 넣은 액체에 전류를 흘리면 기체 상태의 산소가 추출된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산소를 달에서 직접 조달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시설에서는 산소가 배출될 뿐이지만, 앞으로 설비를 개선해 기체 상태의 산소를 저장하는 시설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ESA 전문가들은 밝혔다.
실험실 공장을 관리하는 영국 글래스고대의 베스 로맥스 박사후연구원은 “자체 시설을 갖추면 표토에서 산소를 얼마나 추출할 수 있는지 질량 분광계로 측정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면서도 “달의 자원에서 산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미래 달 정착자들이 숨 쉬는 데 필요하고 로켓의 연료가 되는 산소를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설은 원래 영국의 상업적 회사 ‘메탈리시스’(Metalysis)가 고안했지만, 이 업체는 표토로 금속합금을 만들어내는 데만 주목했다. 즉 함께 추출되는 산소는 필요없는 부산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에 몸을 담았던 로맥스 연구원은 자신의 박사학위 연구논문으로 장기 우주 탐사를 위한 산소 추출에 주목했다.
로맥스 연구원은 “메탈리시스에서는 산소가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형태로 나왔는데 이는 반응기(리액터)가 산소를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을 뜻한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다시 설계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실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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