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
옛말에 호서(湖西) 땅 내려가서 어쭙잖게 양반 행세하지 마라하였다. 여기서 호서(湖西)는 지금의 충청도를 일컫는다. 그만큼 충청도에는 이름 알려진 양반(兩班)님네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조선후기 기호학파의 정통을 계승한 김장생, 신득제, 김집, 송시열, 송준길, 윤증 등을 비롯하여 일제 강점기 시절 한용운, 김좌진, 유관순, 윤봉길 의사 역시 충청도 출신들이었다.
그리하여 양반 땅 충청도에는 사람들이 점잖다. 감정이나 속내를 쉬이 밖으로 뱉지 않는다. 그렇다고 속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선거철만 되면 충청도 표심은 명쾌히 드러나지 않아 전체 선거판의 구도를 마지막까지 뒤흔든다. 예로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장이 되었던 충청도. 한강이남 이름 알려진 첫 민속 마을인 아산 외암민속마을이다.
우리나라에 그래도 이름이 꽤나 알려진 민속마을들이 몇몇 있다. 대표적으로 안동의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제주 성읍민속마을,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 등등이지만 한 번쯤 들르려면 큰 맘, 큰 시간을 내어야만 된다. 그런면에서 충청도 아산(牙山) 외암민속마을은 1호선 온양온천역에 내려 그래도 쉬이 다녀갈 수 있는 곳이다. 더구나 관광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민속마을이 아니라 조선 중후기 양반과 서민들이 함께 어울려 생업을 마련하던 ‘진짜배기’ 토담길 남아 있는 옛 마을이다.
외암 민속마을은 한 마디로 고즈넉하다. 그냥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으로 건너왔다고 말을 해도 믿을 만하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무언가 옛날로 돌아감직한 의례를 거친다. 마을에 들어가려면 개천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이는 ‘안’과 ‘밖’의 경계가 명확함을 알려준다.
막상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뒷덜미에 있는 해발 441m 설화산 꼭대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마을 곳곳을 흘러 나중에는 온전히 동리를 포근히 감싼다. 또한 다리 건너 마을 입구 어귀에는 송덕비, 장승, 솟대가 옛 모습 그래도 세워져 있어 여기부터 조선의 시간으로 들어간다는 것도 정확히 알려준다.
외암 민속마을은 충청권에서는 대표적인 역사지구로서 일찌감치 2000년 1월 7일 대한민국의 국가민속문화재 제236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외암 민속마을에는 충청도 고유의 양반 주택 격식을 갖춘 고택과 이를 마을 구석구석으로 이어주는 길이 총 5.3㎞에 달하는 돌담이 외암 민속마을의 시그니쳐로 제 멋을 내고 있다.
또한 가옥 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 영암댁, 신창댁 등의 택호를 붙인 옛 모습 그대로의 고택들과 중류·서민들의 가옥 양식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외암민속 마을 안으로 흡사 요사이 상수도와 같은 작은 물길들이 곳곳에 흐르고 있어 논과 밭이 마을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외암 민속마을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5개 만점)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여행 장소. 특히 어르신들과 함께 오면 좋다.
3. 가는 방법은?
-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9번길 13-2
- 간선버스인 100번을 온양온천역에서 승차 후, 송악환승센터(외암민속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4. 외암 민속마을의 특징은?
- 충청도 양반님네들이 느긋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풍광이 수려하고 마을이 안온하다.
5. 방문 전 유의 사항은?
- 지금도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 관광지로서의 정체성보다 마을 그대로의 기능이 제대로 남아 있는 곳이어서 기본적인 여행 에티켓 준수는 기본.
6. 외암 민속마을에서 꼭 볼 곳은?
- 마을의 돌담길. 건재고택, 참판댁, 송화댁, 교수댁, 참봉댁, 풍덕댁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아산 먹거리는?
- 탕수육 ‘목화반점’, 밀면과 닭수육 ‘신정식당’, 오삼불고기 ‘아리랑식당’, 정육식당 ‘큰고개식당’, 닭도리탕 ‘선미네닭도리탕’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oeam.co.kr/
9. 주변에 더 방문할 곳은?
- 현충사, 아산 공세리 성당. 온양 민속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외암 민속마을은 가족 나들이 장소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인위적인 관광지로서의 민속 마을이 아니라 지금도 마을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곳. 특히 마을 내 돌담길과 수로(水路)는 편안한 여유를 관람객들에게 안겨준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