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12개 동물원이 일제히 운영자금 모금운동에 들어갔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바랑키야, 칼리, 산타페(메데진) 산타크루스 등 콜롬비아 전국에 산재해 있는 12개 동물원은 홈페이지에 기부운동 배너를 달고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원인은 사회적 의무격리로 방문객의 발걸음이 뚝 끊기면서 시작된 경영난이다. 당장 동물원의 주인공인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돈도 바닥이 났다는 게 동물원 측의 하소연이다.
바랑키야 동물원의 아하미 페랄타 원장은 "동물원이 개원한 지 70년 만에 이런 사태는 처음"이라면서 "당장 동물원이 돌보고 있는 130종 800여 마리 동물들의 먹이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동물원은 단순한 '구경거리'로 동물을 사육하는 시설이 아니다. 밀거래 위기에서 구조된 야생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전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준비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관리시설 역할을 한다.
동물원이 돌보는 동물 중 가운데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 많은 이유다.
페랄타 원장은 "사회적 의무격리로 동물원을 폐쇄했지만 동물들 관리까지 멈출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면서 "매일 먹이를 주고, 아픈 동물들을 돌봐야 하는데 운영자금이 이젠 거의 바닥났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의 동물원들은 운영자금의 90% 이상을 입장료로 충당한다.
매년 동물원을 찾는 270만여 명이 동물원을 먹여 살린 셈인데 사회적 의무격리가 시행되면서 동물원들은 1달째 문을 닫고 있다.
바랑키야 동물원의 경우 매월 5억 페소(약 1억 5000만원) 고정지출이 발생하지만 방문객을 받을 수 없어 개원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저임금이 98만 페소 정도인 콜롬비아에서 5억 페소는 상당한 거금이다.
12개 동물원은 중앙정부에 SOS를 쳤지만 코로나19로 정신이 없는 중앙정부는 선뜻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콜롬비아동물원협회는 "12개 동물원이 돌보는 1만 2200여 마리 동물이 꼼짝없이 굶어죽을 판"이라면서 중앙정부에 결단을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12개 동물원이 동물을 돌보는 데 필요한 합산비용은 최소한 월 17억8600만 페소, 5억 4100만원 정도다.
사진=동물원 홈페이지 캡쳐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