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툴루즈대학 연구진은 실험실에 관찰용 케이지를 설치한 뒤, 호주에 서식하는 붉은꿀개미(Melophorus bagoti)와 사하라사막에 서식하는 사막개미(cataglyphis fortis) 두 종을 상대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두 종의 개미가 개미집으로 돌아가는 길 곳곳에 함정을 파 놓은 뒤 행동의 변화를 살폈다. 이 함정에서 유일한 출구는 나뭇가지 뒤에 숨겨진 작은 다리뿐이었다.
개미가 둥지로 돌아가던 중 처음 이 함정을 만났을 때, 개미들은 모두 연구진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구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두 번째 시도에서 개미들은 구덩이를 모두 피해 무사히 둥지로 돌아가는 달라진 행동을 보였다.
연구진은 개미의 시각적 기억이 구덩이에 빠지기 몇 초 전으로 되돌아 간 것이 함정을 피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추측했다. 즉 눈으로 보고 경험한 것을 점 크기에 불과한 작은 뇌에 기억했다가, 이후 이 기억을 바탕으로 위험을 피하거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
연구진은 “향후 우리의 목표는 곤충 신경계의 복잡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매커니즘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에 이용된 두 종의 개미 중 사막개미는 특히 정교한 방향감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로몬을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바람에 의해 주변 지형이 바뀌어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생체 나침반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편광필터처럼 작용하는 여러 겹의 눈을 지녔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뛰어난 기억력을 바탕으로 정교한 GPS 능력을 자랑하는 개미에 대한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Cell)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