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야광으로 빛나는 독특한 식물이 개발됐다.
영화 ‘아바타’(2009)의 팬이라면 더욱 눈길을 거두기 어려운 이 꽃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컴컴한 밤에도 형광 녹색 빛을 뿜어내며 활짝 피는 것이 특징이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영국 MRC 런던 의과학 연구소, 호주 과학기술연구소 등지에서 모인 과학자 27명은 다양한 동식물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생물발광’ 현상에 관심을 기울였다. 생물발광은 생명체가 스스로 빛을 만들어 내는 현상으로, 곤충에게서는 반딧불이나 조개물벼룩 등에서, 식물에서는 버섯 등 균류에서 50여 종의 발광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 연구진은 생물발광 능력을 가진 식물 중 하나인 버섯에서 DNA를 채취한 뒤, 이를 생물발광 능력이 없는 담뱃잎과 담배 나무꽃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담뱃잎과 담배 나무 꽃은 묘목 시기부터 성장이 모두 끝날 때까지 발광 능력을 꾸준히 유지한다.
과거에도 생물발광을 하는 반딧불이의 DNA를 꽃에 주입해 빛을 내는 식물이 개발된 적은 있지만, 여기에는 DNA뿐만 식물 겉면에 빛을 내는 화학물질을 첨가하거나 바르는 방식이 이용됐다.
그러나 이번 실험을 통해 등장한 식물은 오로지 버섯의 DNA로만 ‘자체 발광’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이 스스로 빛을 내는 관상용 나무나 꽃을 개발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맨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식물의 미세한 기관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식물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식물은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다양한 발달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면서 “식물이 스스로 빛을 발하게 함으로서 우리는 생물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이들이 어떻게 생존하는지 더욱 쉽게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식물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지금보다 10배 더 밝게 빛나는 식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미와 같은 다른 식물들도 스스로 빛을 내도록 ‘재탄생’시킬 수 있으며, 미래에는 식물의 색깔이나 밝기를 바꾸거나 심지어 주변 환경에 반응하도록 적응된 식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