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현재 몇몇 자원봉사자 덕분에 고대 로마시대 등의 유적이 대거 발견됐다고 가디언 등 현지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현장이 아닌 자택에서 원격으로 이뤄졌다. 이는 ‘언더스탠딩 랜드스케이프스’(Understanding Landscapes)라고 명명된 한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 일반인 자원봉사단을 모집해 진행한 것이다.
평상시라면 물론 현장 발굴 조사도 함께 진행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자원봉사자 8명이 참여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 대상이 된 지역은 데번주와 콘월주 사이의 타마르 계곡이다.
구체적인 조사 방법은 상공에서 촬영한 이 지역의 이미지를 스캐닝하고 상세한 지형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 범위는 4000㎢(약 12억1000만 평)에 이르며, 이를 1000개의 구획으로 나눠 이들 자원자에게 할당했다.
이들 자원봉사자는 이 지역에 관한 고고학적 기록이나 과거 지도와 대조해가며 담당 구획에 유적이 숨어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그 결과, 기원전(BC) 300년부터 기원후(AD) 300년 사이에 건조된 로마시대 마을 등 유적지 수십 곳이 발견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엑세터대의 크리스 스마트 박사는 “뭔가가 발견되리라 예상했지만, 설마 이렇게 많은 곳이 발견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놀라워했다.
이어 “조사는 아직 진행되고 있지만, 전체 작업이 끝날 무렵에는 유적 몇백 곳이 발견될지도 모른다”면서 “기존 가설과 달리 이 땅은 매우 사람이 많고 번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마을끼리 연결하는 도로도 발견됐다.
공개된 위 이미지에서 적색 화살표로 표시된 희미한 선이 바로 도로이고 청색 화살표로 표시한 검은 점이 도로 자재를 입수하던 채석장이다.
스마트 박사는 “이 도로는 고대 로마시대에 주요 군사시설을 연결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여름으로 예정됐던 이 지역에서의 발굴 작업이 중단된 것은 아쉽지만, 봉쇄가 해제될 때에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작업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자원봉사에 참여한 전직 간호사 프랜 스퍼링(64)은 “조사 작업에 매우 열중했다. 우리는 인공적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되면 스마트 박사에게 일일이 보고한다”면서 “현재로서 난 고대 로마시대의 도로와 원형 울타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자신도 오랫동안 이 근처에 살고 있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붐비는 장소였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