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주말 강경 시위대가 휩쓸고 간 뉴욕은 폐허를 방불케 했다. 맨해튼 시내와 브롱크스 등지 백화점은 물론 휴대전화 판매장과 약국, 마트 등 중소상점까지 마구잡이로 약탈을 당했다. 약탈의 주체와 대상도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등 인종 불문이었지만, 흑인을 상대로 한 영업 상권이 형성된 브루클린 자영업자 피해가 특히 심했다.
브루클린에서 샐러드 가게를 운영하다 약탈 피해를 본 흑인 할머니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근데 왜 내 목을 조르는 거야! 나도 흑인이야!”라고 분노했다.
할머니는 “이곳은 내가 공동소유하고 있는 일터다. 당신들이 내 가게에 무슨 짓을 했는지 좀 보라”며 파손된 물품들을 가리켰다. 할머니 설명대로 가게 내부는 흡사 폭탄을 맞은 듯 전선까지 천장 밖으로 튀어나왔고, 가게 밖은 약탈 시위대가 휩쓸고 간 흔적으로 엉망이었다.
이어 “밤새도록 청소를 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고? 당신들은 거짓말을 했다”면서 “우리는 이웃이다. 도둑질은 그만둬라. 우리가 쌓아 올리려는 것들을 허물어뜨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돈이 필요하면 나처럼 일을 하라”고도 말했다.
이처럼 인종차별 반대 시위자 중 일부가 대규모 약탈을 저지르면서 뉴욕시는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경찰 병력도 두 배로 늘렸다. 하지만 일부 시위자가 통금 명령을 무시하며 경찰과 계속 충돌하고 있다. 뉴욕을 비롯해 수도인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통금령이 발령된 40여 개 도시에서 현재까지 5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체포됐다.
다행히 주말을 지나면서 격화됐던 시위는 9일째를 맞아 폭력성도 다소 가라앉는 모양새다. 다만 참가자가 늘어나는 등 그 규모는 더 커졌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폭동 진압법을 발동할 것”이라며 군 동원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폭동 진압법은 질서 유지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대통령이 현역 군인 즉 미연방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