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에 사는 스테이시 피에르루이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찰차를 보고 숨는 아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왜 아무 잘못도 없는데 숨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걸까?”라고 반문했다. 일터에서 감시카메라로 해당 장면을 목격한 그는 퇴근하자마자 아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은 “그들(경찰)이 조지 플로이드를 죽였잖아요”라고 설명했다. 조지 플로이드는 지난달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으로,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영상을 공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며칠을 혼자 씨름했다는 피에르루이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청했다. 또 아들의 행동에 흑인은, 유색인종은 경찰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부자 동네, 훌륭한 교육 환경 속에 산다. 아들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그런데 아무 잘못도 없는 아들이 왜 숨어야 하느냐”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아들은 경찰을 조심해야 한다고 배운 적이 없다. 아들에게 뉴스 대신 영화를 틀어줬고, 경찰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도 않았다”면서 “당신이 나라면 아들에게 뭐라고 하겠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같은 질문에 대한 직장 동료의 대답도 덧붙였다. 피에르루이는 “직장 동료가 ‘그런 행동은 말도 안 되는 것이며, 경찰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더라. 맞는 말”이라면서도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어쩌면 방해가 되지 않는 게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경찰차를 보고 재빨리 숨는 흑인 소년의 영상은 급속도로 확산했다. 15일에는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가슴이 찢어진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공유했고 CBS와 NBC 등 현지언론도 해당 소식을 잇따라 보도했다. 피에르루이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행동이 바로 이 나라와 전 세계 수백만 흑인 및 소수민족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그 어떤 두려움 없이 세상을 살아가며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키워야 하지만 불행히도 시대상황이 마음 같지 않다”고 속상함을 내비쳤다. 피에르루이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부모들처럼 진실을 알려주는 것뿐”이라면서 “아들의 영상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