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지금은 포르투갈에 살고 있는 후안 마누엘 바예스테로(47)의 이야기다. 바예스테로는 지난 3월 24일 포르투갈 포르투 산투에서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 마르델플라타를 향해 돛을 올렸다. 그는 “당시 포르투 산투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았지만 (스페인 등지에서) 하루에 1000명 이상 사망자가 나는 걸 보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모국 아르헨티나도 코로나19 봉쇄를 발동해 부모님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3월 20일부터 코로나19 봉쇄를 발동, 지금까지 3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귀국을 결심한 바예스테로는 항공티켓을 알아봤다. 하지만 유럽과 아르헨티나를 연결하는 하늘길은 이미 끊긴 후였다. 그는 “항공티켓을 알아봤지만 이미 운항이 중단된 상태였다”면서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그에게 ‘미친 짓’이라고 만류했지만 바예스테로는 수중에 있는 200유로를 달달 털어 급하게 식량을 구해 요트에 채우고 아르헨티나를 향해 출항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바닷길은 험했다. 위기는 두 번 있었다.
에콰도르에서 그는 큰 파도가 요트를 덮치면서 배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했다. 바예스테로는 “겨우 육지에 요트를 대고 급한 대로 시멘트로 선체의 균열을 수리했지만 물이 배꼽 아래까지 차오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 도착하기 전 브라질에선 돛이 문제를 일으켜 빅토리아에 잠시 정박해 배를 점검해야 했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열심히 씻어야 했지만 브라질 주민들은 감염병 예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면서 “브라질에선 진짜로 감염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브라질을 출발한 그는 우루과이를 거쳐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 입항했다.
형과 동생, 올해 90세가 된 아버지가 항구에 나와 그를 환영했지만 바예스테로는 아직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지루할 법도 한 선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바예스테로는 “위기 때 집으로 돌아가는 건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면서 “아직 땅을 밟지 못하고 있지만 곧 부모님을 포옹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 입항하기 전 3일 동안은 배에서 혼자 지낸 만큼 의무격리기간(14일)에서 3일은 빼줬으면 좋겠다”면서 웃어보였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