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등 국제연구진은 1980년대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 연구진이 남극 대륙 북단 시모어섬에서 발견한 고대 조류 화석을 분석해 이같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리스어로 바다를 뜻하는 ‘펠라고스’(pelagos)와 새를 뜻하는 ‘오르니스’(ornis)를 합친 ‘바닷새’라는 뜻의 펠라고르니스(Pelagornis)과 조류는 날개를 펼쳤을 때 폭이 짧게는 6m부터 길게는 7m가 넘는 지구 역사상 날 수 있는 가장 큰 새였다. 이들 조류의 날개 폭은 오늘날 하늘을 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새인 앨버트로스의 것(약 3.5m)과 비교해도 두 배에 가까운 크기였다.
이들 새는 부리 모양도 특이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둥이 가장자리에 뾰족뾰족한 톱날 모양의 구조물이 연속해서 돋아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상악골과 하악골이 변형돼 만들어진 것으로 이빨처럼 생겼지만 뿌리 부분이 각자 별도의 치조에 박혀있지 않다는 점에서 ‘모조 이빨’(pseudoteeth)이라고 불리지만, 이런 생김새는 오징어나 물고기와 같이 미끈거리는 먹잇감을 사냥할 때 자칫 놓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붙잡아두는 데 유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펠라고르니스과로 확인된 화석은 부척골이라는 발목뼈와 턱뼈 2점으로, 리버사이드캠퍼스에 있는 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화석 1만여 점 속에 섞여 있었지만, 2003년 버클리캠퍼스의 박물관으로 옮겨진 뒤 그로부터 다시 12년 뒤인 지난 2015년 이 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피터 클로에스 연구원과 그의 동료들 눈에 띈 덕분이었다.
특히 발목뼈가 남아있는 개체는 지금까지 화석으로 발견된 펠라고르니스과 조류 가운데 가장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턱뼈가 남아 있는 개체 쪽도 펠라고르니스과 조류의 두개골로는 최대급으로 여겨진다. 이들 연구자는 이들 화석의 연대를 발목뼈 쪽 개체는 약 5000만 년 전, 턱뼈 쪽 개체는 약 4000만 년 전으로 추정했다.
이는 약 655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다고 알려진 뒤 신생대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처럼 거대한 펠라고르니스과 조류가 등장헀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이들 조류는 당시 생태계 정점에 군림했을 가능성이 크다.
펠라고르니스과 조류는 그 후로도 몇백만 년에 걸쳐 전 세계 바다 위를 날아다녔고 때로는 단 번에 몇 주씩 장거리 이동을 감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이 과에 속하는 조류들이 미국 등에서도 발견돼 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30여 년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도 발견돼 화제를 모았던 펠라고르니스 샌더시라는 학명이 붙은 같은 과 조류는 약 250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시 남극은 오늘날보다 기온이 높고 각종 포유류와 조류가 번식했다. 남극의 펠라고르니스과 조류는 이런 동물들과 먹이 다툼을 벌이며 공존했을지도 모른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26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