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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미] 빨간 속옷 입어 성폭행?…페루 법원 황당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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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합의재판부가 황당한 이유로 성폭행사건 용의자를 무죄 방면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형사합의재판부는 최근 열린 선고공판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에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면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겠지만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논리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재판부는 피해여성이 빨간 팬티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페루 리마 남부에 사는 피해여성(20)은 인터넷으로 만난 22살 남자와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밤 11시 넘게 이어진 술자리 끝에 남자는 여자를 성폭행했다.

여자는 성폭행 혐의로 남자를 고발하자 검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남자를 기소했지만 정작 재판에선 엉뚱하게 사건이 전개됐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여자가 빨간 팬티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어 "강제로 성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사건을 심리한 세 판사는 "빨간 팬티는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최고의 속옷"이라며 여자가 자신을 유혹했다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피해여성을 상담한 심리학자의 의견은 송두리째 무시됐다. 심리학자는 "피해자가 성격상 단호하지 못해 성관계를 강력히 거부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과감하게 자극적인 빨간 속옷을 입는 여자에게 해당하는 소견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엉뚱하게 피해여성의 엄마에게까지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밤 11시를 넘겨 딸이 귀가하지 않았으면 부모가 찾아 나섰어야 하는데 자식을 돌봐야 하는 엄마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황당한 논리로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여성단체들은 일제히 재판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여성단체들은 "속옷의 색깔에 집착하며 피고를 무죄 방면한 건 재판부가 피해자를 두 번 죽인 것"이라며 3인 판사의 실명을 공개하고 사법부에 파면을 요구했다.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루스 라모스는 "황당한 판결로 성범죄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기본적인 상식도 갖추지 못한 판사들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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