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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입고 졸업식 갔다가 졸업장 못 받을뻔한 남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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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에 치마를 입고 간 남학생이 부적절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하마터면 졸업장을 받지 못할 뻔했다. 학생은 마지못해 다시 바지를 입었지만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를 확인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아르헨티나 북부 투쿠만주(州)에 있는 후안베알베르디 기술학교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학교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2020년도 졸업식을 열었다. 학교는 사전에 학생들에게 정장 스타일의 교복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하라고 통지했다.

졸업생 루이스 비야파녜(18)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가 졸업장을 받지 못할 뻔했다. 평소 남성우월주의와 동성애 혐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이날 미니스커트를 준비해갔다.

학교에 들어갈 때는 바지를 입었지만 그는 졸업식 시작을 앞두고 그는 화장실에서 하의를 미니스커트로 갈아입었다.

순식간에 '여학생'으로 탈바꿈한 그는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향하다 교장과 마주쳤다. 비야파녜의 복장을 본 교장은 "여자옷을 입고 무슨 짓이냐"면서 버럭 화를 냈다.

비야파녜는 "옷은 옷일 뿐이지 옷에 남녀 구분이 있나요?"라고 되물었지만 교장은 "당장 바지를 입으라"고 명령했다. 치마를 입은 학생에겐 졸업장을 줄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를 덧붙였다.

사태가 확대되는 걸 원하지 않은 비야파녜는 다시 바지로 갈아입고 졸업식에 참석했지만 행사가 끝난 뒤 다시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은 비야파녜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을 올리고 학교에 깊게 뿌리를 내린 남성우월주의, 동성애 혐오를 고발했다. 그는 사진에 "학교에는 분명 마초문화가 존재하고, 여기에 대항하면 제도적 폭력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는 설명을 달았다.

인터넷에선 "차별 없는 세상을 꼭 만들어보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힘을 내라"는 등 그에게 응원이 쇄도했다.

라디오와 신문까지 사건을 보도하면서 아르헨티나 연방기관인 반차별사무소까지 반응하고 나섰다. 반차별사무소는 "학교가 복장을 이유로 학생을 차별했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면서 피해자가 고발을 원한다면 법률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문이 커지자 학교는 수습에 나섰다.


교장은 1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졸업식 복장은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었다"며 "체육복, 간편하복, 정장 중 정장을 입기로 한 건 학생들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차별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유감"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실상 공개 사과했다.

사진=비야파녜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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