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미

[여기는 남미] 여자에서 남자 군인으로…칠레 사상 첫 트랜스젠더 군 탄생

작성 2020.12.22 09:35 ㅣ 수정 2020.12.22 09:35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남미 칠레에서 사상 첫 트랜스젠더 현역군이 탄생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트랜스젠더 벤자민 에르네스토 바레라 실바(26).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올해 부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의무부사관으로 임관한다.

졸업을 앞두고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바는 "입학 직후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렸고, 학교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며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칠레 라세레나에서 여자로 출생한 실바는 청소년 시절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다 남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당시 가족들은 실바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실바는 "부모님은 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들까지 내 결정을 존중하고 격려해줬다"고 회고했다.

남자로 새 삶을 살게 되면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낸 실바는 꿈을 향해 착실히 걸어나갔다. 2013년 라세레나 간호전문학교에 들어간 건 꿈을 향해 그가 뗀 첫걸음이었다.

간호전문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주민등록상 성이 수정되지 않아 그는 법적으로 여자였다. 때문에 겉모습은 남자였지만 첫 실습 때 여자용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실바는 "다행히 빨리 수정 절차가 마무리돼 두 번째 실습부터는 남자용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면서 "교수님과 친구들도 곧 (개명한) 남자이름으로 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2016년 간호학교 졸업 후 라세레나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실바는 올해 2월 부사관학교에 입학했다. 간호사로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의 2단계 성취를 위해서다.

부사관학교에 입학한 실바는 학교 당국에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부터 밝혔다. 실바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면서 "다행히 교수와 동료 모두 나의 성정체성을 존중해주었고,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과정을 이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실바의 동의를 얻어 군과 성소수자의 문제에 대한 토론수업을 열기도 했다고 한다. 토론에선 젠더를 막론하고 누구나 동일한 존중과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실바는 "이후 격려해주는 친구들이 더 많아졌다"면서 "덕분에 무사히 과정을 마치고 임관을 앞두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실바의 기자회견에 맞춰 칠레 부사관학교는 "군은 사회를 섬기는 집단이며, 사회의 일부인 군에선 어떤 차별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 확인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추천! 인기기사
  • ‘이상한 성관계’ 강요한 남편…“부부 강간 아니다” 법원 판
  • 악몽 된 수학여행…10대 여학생, 크루즈 배에서 집단 강간
  • 아내와 사별 후 장모와 결혼식 올린 인도 남성…“장인도 허락
  • 호찌민 관광 온 한국 남성, 15세 소녀와 성관계로 체포
  • 女 400명 성폭행하는 정치인 영상 ‘발칵’…“2900여개
  • 14세 소녀 강간 후 ‘산 채로 불태운’ 두 형제, 법의 심
  • 34억원 잭팟 터졌는데…카지노 측 슬롯머신 고장 ‘발뺌’
  • 15살 남자아이, 자신 강간하던 50대男 살해…정당방위 인정
  • ‘성녀’인가 ‘광녀’인가…‘싯다’로 추앙받는 여성 화제
  • 비극적 순간…도망치는 8살 아이 뒤통수에 총 쏴 살해한 이스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