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야말반도 안티파유타 출신으로 알려진 어부들은 지난 17일 오비만에서 조난을 당했다. 유빙판이 갈라지면서 타고 나간 스노모빌은 침몰했지만, 어부들은 갈라진 유빙 틈 사이를 뛰어넘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동수단은 사라지고 유빙들 사이에 덩그러니 남게 된 어부들은 가지고 있던 통신장치로 SOS를 날렸다. 하지만 구조대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결국 어부들은 영하 35도의 추위와 싸우며 뜬눈으로 하루를 꼬박 지새웠다.
언제 또 깨질지 모르는 유빙판 위에서 가슴을 졸이며 하룻밤을 보낸 두 사람은 SOS를 포착한 현지 정유회사 쇄빙선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러시아 대형 정유회사 ‘가즈프롬 네프트’ 측은 “우리 소속 쇄빙선 ‘알렉산드르 산니코프’호가 구조 요청을 파악하고 수색에 나섰다. 쇄빙선 선원들은 거대 탐조등과 야간 탐조기를 동원해 수색 두 시간 만에 어부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관련 영상에서는 유빙을 헤치며 나아가던 쇄빙선 탐조등에 표류 어부들이 식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유회사 관계자는 “어부들이 표류하던 오비만은 그 면적이 모스크바(2651㎢) 17배에 달할 만큼 광활하다. 구조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천운인 셈이다.
오비만은 러시아 북쪽 북극해에 딸린 카라해로 흘러 들어가는 오비강을 수원으로 한다. 모스크바의 17배 면적으로, 서울 73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시베리안타임스는 이번 구조가 말 그대로 ‘북극해에서 바늘찾기’였다고 부연했다.
구조된 어부들은 옷을 두껍게 챙겨입은 덕에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상태다. 쇄빙선 의료진 진찰을 받은 이들은 19일 헬기에 실려 이송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