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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식의 천문학+] 태양계 여행자의 ‘버킷 리스트 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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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성의 북극. 거대한 크레이터 안에 엄청난 양의 얼음이 갇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출처=NASA)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답답함을 벗어나기 위해 태양계 여행을 한번 훌쩍 떠나보자.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지구 행성에서 놀라운 장소이긴 하지만, 태양계 곳곳에 펼쳐져 있는 신비들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기도 쑥스러울 정도다.

목성의 거대한 폭풍인 대적점(大赤點)은 그 크기가 지구를 능가한다. 금성의 표면은 또 어떤가? 한마디로 태양계의 지옥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곳으로, 500도에 달하는 고온은 납을 녹이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 붉은 행성 화성으로 가보면, 거기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올림푸스 몬스가 우뚝 서 있다.

높이는 무려 지구 에베레스트 산의 3배에 달한다. 목성 위성 유로파의 소금물 바다는 또 어떤가? 이 목성의 달에는 거대한 지하 바다가 숨겨져 있는데, 그 물의 양이 지구 바다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태양계의 신비와 경이는 끝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서는 태양계 여행자들의 비킷 리스트라 할 만한 태양계의 명소들 다섯 곳을 골라 살펴본다.

1. 수성의 얼음 크레이터

불타는 태양 곁에 바짝 붙어 공전하는 수성에 얼음 덩어리가 존재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태양의 제1 행성인 수성은 비록 모성의 불길에 바짝 그을린 채 공전하고 있지만,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어떤 크레이터들은 놀랍게도 만년빙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성된 이래 햇빛이라고는 한 줄기도 비치지 않는 이들 크레이터는 영원한 그늘에 뒤덮여 있을 뿐 아니라, 온도는 무려 섭씨 영하 173도까지 떨어진다. "이 크레이터들은 수십억 년 동안 얼음을 간직할 수 있는 완벽한 저장고"라고 워싱턴 카네기 연구소의 션 솔로몬 지자기부 팀장은 설명하면서 "어쩌면 달의 있는 물보다 더 많은 수량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 금성에는 생명체가 살까?

납을 녹이는 고열의 지옥 같은 금성에 오아시스가 있으리란 생각은 넌센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성 지표에서 48km 상공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두터운 구름층의 그곳은 온도가 온화하고 기압 또한 지구와 비슷하다. 온화한 햇빛과 복잡한 화학적 성분이 유기물질들을 생성할 수 있으며,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생명 친화적인 환경을 이룰 수도 있다. 그 이래의 구름층 사정은 별로 좋지 않다.

상당량의 황산이 포함되어 있어 단백질이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구의 극한 생물들은 그보다도 더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존하고 있다. 얼마 전 금성 구름층에서 생명체 존재를 암시하는 포스핀 가스가 발견되어 이에 관해 열띤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3. 토성 위성 야누스와 에피메테우스

고리를 두른 아름다운 행성 토성은 기묘한 위성들을 많이 거느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긴 야누스와 에피메테우스라는 두 위성도 그 중의 하나인데, 모행성에 50km 더 가까운 쪽이 바깥쪽의 위성과 함께 희한하게도 하나의 궤도를 공유하고 있다.

두 파트너는 4년 만에 한 번 만나는데, 먼 쪽 위성이 안쪽 위성을 따라잡아 운동 에너지를 교환함으로써 서로 궤도가 바뀐다. 말하자면 중력적인 도시도(do-si-do/등을 맞대고 돌면서 추는 춤)를 추는 것이다. 태양계의 어떤 천체도 이 같은 궤도 교환 메커니즘을 가진 것은 없다. 야누스는 평균 지름이 약 180km, 에피메테우스는 110km이며, 둘 다 비구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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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저 2호가 1986년에 찍은 천왕성 위성 미란다. 태양계에서 가장 기괴한 표면을 가진 천체다.(출처=NASA)
4. 천왕성의 위성 미란다

거대한 얼음 행성 천왕성의 위성 미란다는 동굴 탐험가들의 꿈의 원정지다. 들쭉날쭉 한 표면은 협곡과 가파른 내벽, 계단식 벼랑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높은 절벽은 표면으로부터 무려 약 5km나 치솟아 있다. 단연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절벽이다. 미란다의 남반구에는 '경주 트랙'을 닮은 세 개의 커다란 고랑 구조가 있는데, 길이는 200 km, 깊이는 20 km로, 코로나라고 불린다.

미란다의 지질학적 흉터는 위성 내부에서 흘러나온 얼음이 표면으로 올라와 세차게 긁어버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훨씬 더 대담한 가설은 거대한 운석 충돌로 위성이 산산조각이 나고 다시 합쳐지는 과정에 극도로 불균일한 표면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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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에 찍은 해왕성 위성 트리톤. 다른 위성의 공전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도는 ‘역행’ 위성이다. (출처=NASA)
5.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


트리톤은 푸른 해왕성의 위성 중 가장 크고 유일한 구형의 위성이다. 이 위성이 과학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특이한 점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이 탐사선을 보내고 싶어하는 태양계 목록 중 가장 상위에 차지하고 있다.

트리톤의 최대 특징은 행성이나 다른 위성의 공전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도는 '역행' 위성이란 점이다. 이는 트리톤이 왜소행성 명왕성과 같은 족보를 가진 천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표면에서 솟아 있는 기괴한 얼음 화산도 관심의 초점이다. 지질학적으로 활동 중인 천체로는 태양으로부터 가장 먼 거리의 천체로 기록되고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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