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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미] “코로나 걸린게 죄?” 한밤중 월세집에서 쫓겨난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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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이유로 월세집에서 쫓겨난 멕시코 남자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현지 사회의 공분을 낳고 있다.

멕시코 푸에블라의 한 병원에서 이송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프란시스코 카브레라는 26일 밤(현지시간) 세들어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났다.

주인이 집을 비우라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사정을 하며 견뎌보려 했지만 이웃들까지 몰려와 동네를 떠나라고 겁박하며 시위를 벌이자 짐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카브레라가 월세집에서 쫓겨난 이유는 딱 하나,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이유에서였다.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한 카브레라는 크리스마스 전날 집에 산소통을 들여놨다. 자택에서 격리치료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집주인은 카브레라에게 당장 집을 비우라고 했다.

카브레라는 "격리치료를 하면 완치될 수 있다"면서 사정했지만 집주인은 매몰차게 이웃들까지 동원해 결국 그를 쫓아냈다. 당장 있을 곳이 없어진 그는 70대 부모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카브레라는 "당장 갈 곳이 없어 같은 도시에 살고 계신 부모님 댁으로 왔지만 계속 함께 지낼 수는 없다"면서 "쉽진 않겠지만 혼자 살 곳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브레라에겐 부인과 어린 딸이 있지만 이산가족처럼 살아왔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가족 걱정이 앞섰다. 매일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하는 자신이 감염된다면 온 가족이 위험해진다는 우려였다. 카브레라는 부인과 딸을 친정으로 보내고 자취해왔다.

남편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부인은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원망했다.

부인은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당당히 돈을 내고 사는 곳에서 단지 코로나에 걸렸다는 이유로 쓰레기처럼 쫓겨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젠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자"고 호소했다.

카브레라를 쫓아낸 집주인은 닛산 멕시코에 근무하는 여자회계사라고 한다. 현지 언론은 "집주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접촉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의료인이나 병원 근무자에 대한 차별은 멕시코뿐 아니라 중남미 곳곳에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은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병원 근무자에 대한 편견이나 기피 심리는 사회 일각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사진=키로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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