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중국 후베이성 셴닝시 샹우산동물원의 한 관람객은 늑대 우리를 찾았다가 적잖이 당황했다. 늑대가 있어야 할 우리에는 늑대 대신 로트와일러 종으로 추정되는 개 한 마리가 갇혀 있었다.
늑대 우리를 개가 지키고 있어야 했던 이유는 뭘까. 관람객 쉬씨는 “공원 직원에게 늑대 우리에 개가 들어 있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늑대는 늙어 죽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베이징뉴스에 설명했다. 동물원 관계자 역시 늑대가 늙어 죽어 대신 공원 경비견으로 키우던 개를 사육 시설에 집어넣었다고 확인해주었다. 그러자 현지에서는 “시베리아허스키라도 데려다 놓는 성의를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는 코로나19 이후 지역 관광이 얼어붙으면서 큰 타격을 입은 소규모 동물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사이 방치된 동물들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에 맞닥뜨렸다. 실제로 지난 1월 난징시의 한 동물원은 코로나19 이후 관람객이 급감해 직원 급여도 챙겨동물을 돌볼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기부를 호소한 바 있다. 직원 급여도 못 주고 있다며 앓는 소리를 냈다.
BBC는 그간 열악한 환경과 동물 학대 논란 속에 동물권운동가들의 따가운 눈총과 폐쇄 요구를 받아온 중국 동물원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도래와 함께 이제는 정말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개를 늑대로 둔갑시켜야 할 정도로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전해지면서, 동물원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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