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미

[여기는 남미] ‘아파요’ 제 발로 동물병원 찾아간 유기견 사연

작성 2021.03.12 09:45 ㅣ 수정 2021.03.12 09:45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확대보기
 

유기견은 그곳이 아픈 동물들이 주인과 함께 찾는 곳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픈 몸을 이끌고 동물병원을 찾은 브라질 유기견이 언론에 소개돼 화제다.

주아제이루 두 노르테의 한 동물병원 CCTV를 보면 유기견은 어딘가 불편한 듯 다리를 절며 동물병원 정문에 등장한다. 병원 문은 활짝 열려 있지만 유기견은 바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잠시 주춤한다. 

잠시 후 용기를 낸 듯 유기견은 절뚝이며 병원에 들어섰지만 사람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정문 바로 안쪽에서 눈치를 보며 사람을 바라볼 뿐이다. 당시 병원엔 원장인 여자수의사와 직원 2명이 접수대에, 대기석엔 반려견을 안고 있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쑥스러운 듯 병원에 들어선 유기견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은 이 병원의 남자 보조직원. 이어 수의사가 그런 유기견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유기견은 마치 저 아픈데요...'라고 말하듯 꼬리를 흔들더니 살짝 바닥에 앉아버린다.

수의사는 전문인답게 무언가를 직감한 듯 복도 쪽으로 서 있는 남자직원에게 비키라고 하고는 천천히 유기견에게 다가가 앉는다. 유기견은 그런 의사에게 자신의 발을 내민다.

유기견은 어디에선가 못을 밟은 듯 발바닥이 다친 상태였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절뚝인 이유였다.

수의사는 한동안 유기견을 살펴보더니 응급치료를 결정하고 남자직원에게 준비를 지시한다. 그러면서 안쪽으로 들어가는 남자직원을 가리키며 유기견에게 "저 아저씨 따라가"라고 손짓한다.

하지만 유기견에겐 더 큰 병이 있었다. 절뚝거리며 따라 들어가는 유기견을 지켜보던 수의사는 순간 개를 멈춰 세우더니 이번엔 생식기 주변을 살펴본다. CCTV엔 잘 보이지 않지만 유기견의 생식기 주변엔 응고된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나중에 정밀 검사에서 드러난 일이지만 유기견의 생식기 주변엔 커다란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수의사는 유기견의 발바닥을 치료해주는 한편 30일 입원명령(?)을 내렸다. 유기견은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게 됐다.

안쓰럽기도 하지만 어쩐지 흐뭇함과 웃음도 자아내는 당시의 상황은 이 병원 CCTV에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았다. 병원 CCTV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사건은 큰 화제가 됐다.


현지 언론 G1과의 인터뷰에서 원장인 수의사 데이스 실바는 "유기견을 치료해줄 수 있게 돼 더 없이 행복하다. 항암치료 후 유기견이 좋은 곳으로 입양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유기견은 자신이 찾은 곳이 동물병원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수의사는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동물이 여럿이라 냄새를 맡았을 수 있다"며 "여기에 개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들어온 건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CCTV 캡쳐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추천! 인기기사
  • ‘이상한 성관계’ 강요한 남편…“부부 강간 아니다” 법원 판
  • 1살 아기 성폭행한 현직 경찰, ‘비겁한 변명’ 들어보니
  • 마라톤 대회서 상의 탈의하고 달린 女선수에 ‘극찬’ 쏟아진
  • 女 400명 성폭행하는 정치인 영상 ‘발칵’…“2900여개
  • 아내와 사별 후 장모와 결혼식 올린 인도 남성…“장인도 허락
  • 14세 소녀 강간·임신시킨 남성에 ‘물리적 거세’ 선고…“가
  • 비극적 순간…도망치는 8살 아이 뒤통수에 총 쏴 살해한 이스
  • “내가 남자라고?”…결혼 직전 ‘고환’ 발견한 20대 여성
  • “용의자 중 11살짜리도”…소년 12명, 14세 여학생 집단
  • 온몸에 철갑 두른 러 ‘거북전차’ 알고보니 전략 무기?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