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MFL 슬랑오르FC와 PDRM FC 경기. 0대 0 상황에서 치열한 접전이 계속되던 중, 슬랑오르FC 소속 미드필더 헤인 흐텟 아웅(19) 선수가 첫 득점을 끌어냈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은 아웅이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은 그대로 골문 구석을 흔들었고, 슬랑오르 선수들은 경기장을 누비며 득점의 기쁨을 누렸다. 아웅의 활약 속에 슬랑오르FC는 3대 0으로 상대팀을 대파했다.
하지만 아웅 선수는 경기 후 축구협회로부터 엄중 경고와 함께 1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아웅 선수가 첫 득점 후 펼친 세리머니가 문제가 됐다. 미얀마 출신인 아웅 선수는 첫 득점 후 경기장 구석에서 ‘세 손가락 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세 손가락 경례’는 태국 반정부 시위를 통해 널리 알려진 민중 저항의 상징으로, 영화 ‘헝거 게임’에서 유래됐다. 미얀마 시위대 역시 세 손가락 경례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결속을 다지고 있다. 지난달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총회 연설에서 세 손가락을 치켜들었다가 해임되기도 했다.
아웅 선수 역시 군부 독재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은 세 손가락 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였다가 징계를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에서 모든 정치, 사회, 종교적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도 같은 맥락에서 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FIFA가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등을 애도하는 ‘인권 세리머니’에 대해 사실상 지지 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 추세를 역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얀마 군부 역시 무자비한 진압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연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다.
일단 아웅 선수는 축구협회 징계 결정에 따라 오는 2일 페라크FC와의 경기에 나갈 수 없게 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