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한 흑인 남성이 멀쩡하게 길을 지나는 다른 아시아계 남성을 여러 차례 공격한 탓이다. 관련 영상에는 용의자가 피해자 뒤를 바짝 따라붙는 등 시비를 거는 모습이 담겨 있다.
피해자는 황급히 자리를 떴지만, 용의자는 계속해서 그를 쫓았다. 자신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한 후 길모퉁이로 몰아붙였다. 그리곤 체중을 실어 피해자의 몸을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용의자를 따돌리려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용의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행인들은 각자 재촉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일부는 용의자 특정을 위해 현장을 촬영했고, 일부는 피해자 앞을 가로막고 용의자 접근을 차단했다. 몇몇은 두려움에 몸을 잔뜩 웅크린 피해자를 다독이며 안심시켰다. 그래도 분이 덜 풀렸는지 용의자는 동네가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피웠다.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죽여버릴 거다. 내 앞에서 사라져라”라며 행인들을 위협했다.
한 목격자는 용의자가 백인은 물론 중국계, 스페인계 등 다른 행인 여럿을 협박했다고 밝혔다. 목격자는 “내 뒤도 쫓아다니며 ‘죽여줄까’라고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선한 사마리아인’들 덕분에 피해자는 큰 피해 없이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낮 뉴욕 맨해튼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묻지마 공격 사건에 대해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놓고 조사 중이다. 일단 관련 영상을 대중에 공개한 경찰은 용의자 신원에 대한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계 증오범죄인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더욱 급증했다. 올해 들어 뉴욕에서 발생한 관련 범죄는 확인된 것만 54건에 이른다. 지난해 12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 우한이라는 사실이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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