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소노라주에서 활동 중인 실종자 가족단체 '행방을 찾는 엄마들'은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일련의 사진을 공개했다.
과이마스에서 발견한 구덩이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을 보면 직사각형으로 판 구덩이에서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구덩이에서 불에 타고 있는 걸 삽으로 떠내자 사람의 뼈가 나왔다. 구덩이는 시신을 불태우는 화장터였던 셈이다.
구덩이 주변에는 화장되는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보이는 신발 등 물건들이 널려 있었다.
단체 관계자는 "구덩이에서 연기가 피어나는데 냄새까지 고약해 접근해 보니 시신들이 타고 있었다"며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불에 타는 시신은 여럿이었다"고 말했다.
단체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한참 뒤 현장에 도착했지만 경찰 역시 불에 탄 시신의 수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진 못했다. 관계자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불에 탄 시신이 몇 구인지, 납치된 사람이 맞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방을 찾는 엄마들'은 마약카르텔 등 범죄조직에 납치된 가족을 찾는 단체다.
이 단체는 앞서 불에 타는 구덩이를 발견한 곳 주변에서 시신을 매장한 또 다른 구덩이를 발견한 바 있다. 불에 탄 유골들이 묻혀 있던 곳이다. 등골이 오싹해 일반인은 접근하기 꺼리게 되는 곳을 단체가 다시 찾은 것도 앞서 발견된 구덩이에서 추모행사를 열기 위해서였다.
'행방을 찾는 엄마들' 관계자는 "시신이 발견된 구덩이에 휘발유를 뿌려 깨끗하게 불로 태우고 고인이 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갔다가 연기가 피어나는 구덩이를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기를 뿜어내는 구덩이 주변에 물건들이 널려 있고, 혈흔까지 있어 바로 화장터인 걸 짐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단체에 따르면 구덩이가 발견된 곳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최근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납치한 사람들을 처형하겠다는 마약카르텔의 최후통첩을 받았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구덩이에서 타고 있던 시신들은 마약카르텔에 납치된 주민들이었을 공산이 크다는 추정이 가능한 이유다. "행방을 찾는 엄마들'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겠지만 아마도 우리 추측이 100% 맞을 것"이라고 했다.
'행방을 찾는 엄마들'은 마약카르텔에 "사람을 죽여도 시신을 불에 태우진 말아 달라"고 공개 호소했다.
관계자는 "시신을 마구 섞어 한꺼번에 불에 태우면 장례조차 불가능해 가족들까지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시신을 그대로 버리고 위치를 알려 달라"고 말했다.
사진=행방을 찾는 엄마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