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 손님은 “친애하는 크리너씨, 작년 9월에 여기서 식사를 하고 돈을 내지 않은 채 도망쳤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과거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있어요. 당신이 화났다고 해도 이해합니다. 저는 그때 알코올 중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회복했습니다. 100% 맨정신이고 진지합니다. 이 돈을 받아주세요”라고 적힌 편지와 8개월 전 밥값을 남기고 떠났다.
식당 주인인 크리너는 “아내가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내용을 읽고 부인과 같이 울었다. 식당 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식당 주인은 “한 번씩 무전취식하고 도망가는 손님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진심 어린 편지와 함께 돌아오다니 정말 멋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오히려 손님의 친절한 편지 한 통으로 자신의 하루가 행복해졌다며 울컥했다.
그러면서 무전취식을 하는 손님들에게 화가 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식당주인은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손들이 있는데, 나는 결코 화가 난 적이 없었다. 그저 상황이 나아지기를 마음으로 바랄 뿐이었다. 무전취식할 정도로 배가 고프고 힘든 상황이었을 거란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당 주인은 이름모를 손님이 회복의 여정을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목이 멘 듯 “당신에게 전혀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중독 문제를 잘 극복하고 언젠가 다시 식당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