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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정의 TECH+] 500℃에서도 버티는 반도체…금성 로버의 두뇌 만드는 과학자들

작성 2021.05.21 10:44 ㅣ 수정 2021.05.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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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 에너지를 사용하는 금성 로버의 상상도. Illustration: NoEmotion
미국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는 지구와 인접한 두 행성 가운데 화성에만 5대의 로버를 보냈습니다. 반면 금성에는 한 대의 로버도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성은 지구보다 좀 추운 정도지만, 금성은 섭씨 464도의 초고온에 압력도 지구 표면보다 90배 이상 높은 고압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온 고압 환경에서 장시간 버틸 수 있는 로버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금성 표면에서 가장 오래 버틴 탐사선은 구소련 시절에 발사한 베네라 13(Venera 13) 호로 2시간 7분 정도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지금 기술로 탐사선을 보내도 이보다 약간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나사의 과학자들은 금성 표면에 로버, 비행선, 항공기 등 다양한 형태의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핵심은 초고온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동체, 모터, 동력원, 통신, 전자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어렵지만, 특히 어려운 부분은 컴퓨터를 포함한 각종 전자 시스템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실리콘 기반 반도체와 일반적인 전자 회로는 열에 매우 취약합니다. 전기 회로는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고 저항도 증가하며 누설 전류가 증가해 제대로 기능을 못 할 뿐 아니라 심한 경우 회로가 물리적으로 손상되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수년 전 나사 글렌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실리콘 기반 집적회로(IC)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 (silicon carbide) 소재 집적 회로를 개발했습니다. 실리콘 카바이드 회로는 금성 표면의 온도에서도 장시간 작동이 가능합니다.

아칸소 대학과 스웨덴 왕립 공과대학의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리콘 카바이드 전자 회로 및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40종의 반도체와 회로를 테스트해 초고온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복잡한 전자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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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칸소 대학 및 스웨덴 왕립 공과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회로. Image: University of Arkansas
실리콘 기반 집적회로는 아무리 내열 설계를 잘해도 섭씨 250-300도가 넘으면 모든 회로가 작동하는 (on) 상태가 되어 사실 반도체로 작동이 불가능합니다. 물론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CPU나 GPU 모두 섭씨 100도만 넘어가도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강력한 쿨러를 사용해서 온도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주변 온도가 섭씨 500도에 근접하는 금성 표면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벌컨 II (Vulcan II) 프로세서는 섭씨 500도는 물론 그보다 높은 섭씨 800도의 고온에서도 작동이 가능합니다. 

이런 내열 전자 회로가 실제 상용화된다면 금성 탐사 이외에 여러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를 들어 고온 반응용기나 보일러, 엔진 내부를 감시하는 센서나 화재 현장 같은 고온 환경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 개발이 가능해집니다.


우주 탐사 영역에서도 태양 표면에 더 근접할 수 있는 탐사선이나 수성 표면을 달릴 수 있는 로버 개발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 이런 기대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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