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출신 해양영상작가 잘릴 나자포프(39)는 지난달 29일 몰디브 앞바다로 요트를 타고 나갔다가 물에 빠진 새 한 마리를 목격했다. 환경보호론자이기도 한 나자포프는 “되새(참새목 되새과에 속하는 소형 조류) 한 마리가 덤불 속에 있다가 뛰어내렸는데 하필 상어가 득실대는 바다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날개를 다친 새는 물에 빠져 죽든 상어에게 먹히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때 요트 선원 한 명이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자포프는 “수염상어 10마리 정도가 요트 주변을 맴돌고 있었지만 선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다리만 다치지 않았어도 도왔을 텐데, 그럴 수 없어서 영상으로 선원의 선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나자포프가 촬영한 영상에는 요트 선원 모하마드 라케브가 한 손으로 새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거친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코앞에 2m 길이 상어 여러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도 선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지친 모습이 역력한 선원은 “물살이 거세다”고 숨을 헐떡이며 동료 손을 잡고 다시 요트로 올랐다.
나자포프는 “선원은 상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마 몰디브에서는 어딜 가나 상어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상어는 상어인지라 구조 장면을 지켜보는 내내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3~4m 길이 수염상어는 주로 밤에 먹이 활동을 한다. 비교적 온순하고 공격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사람을 문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2018년 미국 플로리다 해변에서는 수영객 2명이 수염상어 공격으로 부상을 입었으며, 2017년 푸껫에서도 수영객 2명이 스노클링을 하다 수염상어에 물린 바 있다.
용감한 선원 덕에 겨우 목숨을 건진 새는 안전한 곳으로 돌려 보내졌다. 나자포프는 “선원 아니었으면 아마 그 새는 바다에서 죽었을 것”이라며 작은 생명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며 바다에 뛰어든 선원의 용감함에 박수를 보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