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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과학] “전갈 대 독거미, 누가 강해?” 질문에 전문가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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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과 거미는 공룡시대 이전부터 몇억 년간 존재한 절지동물이다. ‘만약에 전갈과 독거미가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라는 의문은 유튜브나 온라인 게시판에서 여러 차례 논의돼 왔고 심지어 연구논문의 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오랜 질문에 대해 호주 퀸즐랜드대의 서맨사 닉슨 연구원은 비영리 연구전문매체 더 컨버세이션을 통해 답했다.

한 마디로 전갈과 독거미라고 해도, 전갈은 약 2500종, 독거미는 900종 이상 존재한다. 거기서 닉슨 연구원은 ‘크기’와 ‘속도’ 그리고 ‘독’이라는 세 가지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독거미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타란툴라를 떠올리기 쉽지만, 현실의 타란툴라는 거대 거미를 총칭하는 말로 주로 대형열대거미과(짐승빛거미과)의 무리를 나타낸다.

◆크기와 무기

▲ 인디언 자이언트 블랙의 모습.(사진=Nireekshit,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기본적으로 엎드린 채 사냥감을 기다려 이른바 매복이라고도 불리는 사냥 전술은 전갈이나 거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갈은 키틴이라고 하는 단백질이 겹을 이뤄 딱딱해진 외골격을 입고 있다. 또 전갈에는 커다란 집게발이 두 개나 있어 거미를 잡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큰 전갈인 ‘인디언 자이언트 블랙’(학명 Heterometrus swammerdami)은 몸길이 최대 22㎝까지 자라며 거대한 집게발로 거미를 분쇄할 수도 있다. 다만 거미는 전갈에게서 벗어나고자 다리를 떼어내더라도 나중에 탈피를 계속하면 다리가 재생해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닉슨 연구원은 설명한다.

▲ 골리앗 버드이터의 모습.(사진=Sheri (Bellatrix on Flickr),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물론 독거미도 크기에서는 전갈에 뒤지지 않는다.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에 사는 ‘골리앗 버드이터’(학명 Theraphosa blondi)는 다리를 벌리면 크기는 약 30㎝에 이른다. 또 집게발은 없지만 키틴으로 된 단단하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갖고 있어 상대방을 깊이 찔러 치명상을 줄 수 있다. 또 독거미는 전신에 독이 있는 강모가 자라 있는 종도 있어 상대의 피부나 눈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전갈의 온몸은 키틴 껍질로 덮여 있으므로, 이 독모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 속도

▲ 텍사스 브라운 타란튤라의 모습.(사진=Mothore,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2017년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데스스토커 전갈 중 한 종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초당 약 1.3m의 속도로 꼬리를 휘두를 수 있다. 또 2015년 연구에 따르면 ‘텍사스 브라운 타란툴라’(학명 Aphonopelma hentzi) 거미는 기온에 따라 변하긴 하지만 초당 1.2m 정도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즉 전갈과 독거미 모두 민첩성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 독

전갈은 꼬리의 바늘로, 거미는 송곳니로 독을 주입한다. 전갈의 독이나 거미 독 모두 주로 신경계를 표적으로 삼는다. 또 양측은 몇억 년에 걸친 진화 속에서 독 성분이 복잡해져 높은 즉효성과 독성을 갖는 것이 특징. 독은 사냥감을 잡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기 몸을 위협하는 쥐나 새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인간을 위협하는 것은 거미보다 전갈이다. 2008년 보고에 따르면, 전갈에 쏘인 사람은 연간 120만 명이 넘으며 그중 3000명 이상이 사망한다.

▲ 데스스토커 전갈 일종의 모습.(사진=Yair Goldstof,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일반적인 경험법칙상 전갈은 집게발이 작으면 작을수록 독이 강해진다. 예를 들어 중동부터 유럽 일대에 서식하는 데스스토커 전갈의 일종은 매우 가는 집게발을 갖고 있지만 그 독은 매우 강력하다. 찔리면 심근 장애, 폐부종, 심장성 쇼크(cardiogenic shock)를 일으켜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인디언 오너멘탈 타란툴라의 모습.(사진=Morkelsk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그런데 거미 독은 인간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거미에게 물려 죽었다는 기록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인도에 사는 ‘인디언 오너멘탈 타란툴라’(학명 Poecilotheria regalis)는 비교적 강한 독을 갖고 있어 물리면 강한 통증이 몇 주 동안 지속하고 근육 경련을 일으키지만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움직임이 매우 빠르고 공격적이어서 특히 주의해야 할 거미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런데 적의 크기가 커질수록 필요한 독의 강도와 양은 늘어난다. 따라서 전갈과 거미도 최대급은 비슷한 크기이지만, 독은 분명히 전갈 쪽이 강하므로 전갈이 다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서식하는 ‘오스트레일리언 스파이럴 버로우’(학명 Isometroides vescus) 전갈은 일부 거미를 사냥한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거미의 크기가 커지면 반대로 거미가 전갈의 포식자가 되는 사례도 보고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유카탄반도에 살고 있는 ‘멕시칸 레드 럼’(학명 Tliltocatl vagans) 거미와 바크 전갈들(Centruroides속)을 실험실에서 함께 사육했을 때 매번 멕시칸 레드 럼이 이겼다. 또 멕시칸 레드 럼이 사는 지역에서는 전갈 개체 수가 매우 적다고 알려졌다.



또 어떤 전갈의 독이 곤충이나 포유류에는 효과가 있었던 반면 일부 거미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돼 있어 거미가 전갈의 독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해 왔을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왜 거미에 전갈의 독이 듣지 않는지, 그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거미의 림프액에 전갈 독을 해독하는 성분이 포함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 호주 퀸즐랜드대의 독 전문가 서맨사 닉슨 연구원의 모습.(사진=서맨사 닉슨/트위터)

닉슨 연구원은 “거미와 전갈 중 어느 쪽이 유리한가라는 질문에 관한 답변은 크기와 속도 그리고 독성을 고려하면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난 전체적으로 거미의 승리에 걸겠다”고 밝혔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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