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구 대기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 반드시 우주 공간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성층권만 올라가도 대기 간섭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다. NASA와 독일우주국의 합작 항공 망원경인 소피아(SOFIA·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는 보잉 747SP를 개조해 2.5m 구경의 망원경을 탑재해 13.7㎞ 고도에서 우주를 관측한다. 이 고도에서 관측해도 지표에서는 관측하기 어려운 파장을 관측할 수 있다.
NASA의 지원을 받은 토론토, 더햄, 프린스턴 대학의 합동 연구팀은 고고도 풍선을 이용해 이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수퍼빗(SyperBIT·Superpressure Balloon-borne Imaging Telescope) 풍선 망원경을 개발 중이다. 지표에서 수십㎞ 이상 높이를 비행할 수 있는 헬륨 풍선은 본래 기상 연구용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통신용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있을 만큼 관련 기술이 크게 발전해 더 대형의 관측 기기를 올려보낼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오히려 대형 여객기보다 훨씬 저렴하다. 천문학자들이 대형 풍선에 주목한 이유다.
수퍼빗 연구팀이 사용하는 헬륨 풍선은 지상에서는 매우 작은 크기나 40㎞ 고도에서는 축구장과 맞먹는 532,000㎥ 크기로 팽창한다. 연구팀은 여기에 50㎝ 구경의 비교적 작은 망원경을 탑재해 풍선 천체 망원경 기술을 연구했다.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는 기상 현상은 물론 대기의 99.5%를 피할 수 있어 우주 망원경에 근접한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발사 비용이 우주 망원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고 수리와 유지 보수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연구팀이 사용한 50㎝ 구경 망원경은 최종 스펙이 아니라 고고도 풍선 망원경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목적이다. 연구팀은 1.5m급 망원경을 탑재해 실제 관측에 돌입할 예정이다. 참고로 슈퍼빗에 탑재할 수 있는 망원경의 최대 구경은 2m다. 풍선 망원경이 항공 망원경과 우주 망원경의 중간에서 우주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