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지구에서 가깝다는 장점이 있으나 표면은 고온 고압 상태이기 때문에 높은 고도에 풍선 혹은 글라이더형 탐사선을 보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동력 비행기는 아마도 다음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은 매우 멀리 떨어진 차가운 위성이지만, 여러 가지 조건을 생각할 때 오히려 화성보다 동력 비행에 더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우선 타이탄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1/7에 불과하다. 반면 대기의 밀도는 지구보다 더 높다. 지구 중력의 1/3이지만, 대신 대기의 밀도가 지구의 1% 수준에 불과한 화성보다 훨씬 동력 비행에 유리한 조건이다.
타이탄은 토성 최대의 위성으로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두꺼운 대기를 지닌 위성이다. 대기의 주성분은 메탄 같은 탄화수소로 온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일부는 액체 상태로 고여 큰 호수를 이루고 있다.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대기가 지구 초기 대기와 유사한 성분을 지니고 있고 약하더라도 태양 에너지를 받아왔기 때문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따라서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2005년 타이탄 표면에 호이겐스 탐사선을 착륙시켰지만, 타이탄의 극히 일부 지역만 탐사했을 뿐으로 결정적인 정보를 수집하지는 못했다. 타이탄은 매우 큰 위성이고 지형이 다양해 여러 지역을 이동하면서 조사할 탐사선이 필요하다.
NASA의 드래곤플라이(Dragonfly) 탐사선은 이런 이유에서 인저뉴어티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우주 최초의 장거리 비행 탐사선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최근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아이다호 대학의 제이슨 번즈 교수는 드래곤플라이의 과학적 목표를 학술지 행성과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주 목표는 1) 화학적인 생물학적 신호(chemical biosignatures) 확인, 2) 타이탄의 메탄 사이클(methane cycle) 조사, 3) 현재 타이탄의 생물 전 단계 화학(prebiotic chemistry) 조사 등이다. 쉽게 말해 타이탄의 지표와 대기, 호수의 화학적 구성을 조사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타이탄의 독특한 탄화수소 사이클을 알아내는 것이다.
드래곤플라이 탐사선은 무게 450㎏로(인저뉴어티는 1.8㎏) 지름 1m의 로터 네 쌍(4x2)을 이용해 비행한다. 타이탄 표면은 뿌연 안개 같은 탄화수소 가스로 가려져 있고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인저뉴어티처럼 태양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순 없고 원자력 전지(MMRTG)를 사용한다.
드래곤플라이는 2027년 발사 예정으로 2030년대 중반 타이탄에 도달한다. 인저뉴어티가 퍼서비어런스 로버를 보조하는 정도의 역할이라면 드래곤플라이는 날아다니면서 이동하는 탐사선으로 본격적인 우주 동력 비행 탐사의 시작을 알리는 탐사선이 될 것이다. 드래곤플라이가 과연 타이탄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 궁금하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