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기는 남미] 축구 경기 중 난데없는 ‘벌떼 공습’…물 뿌리고 불 지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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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가 축구경기장에 난입, 경기 중인 선수들을 공격하는 사건이 남미 볼리비아에서 발생했다. 볼리비아 동부 산타크루스 지방에서 최근 열린 프로축구 경기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이 지방의 도시 와르네스에 있는 에드카르 페냐 구티에레스 스타디움에선 볼리비아 2부 리그 진출권이 걸린 지방리그 결승전이 열렸다. 격돌한 클럽은 누에바 산타 크루스와 FC 아킬레.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떼 경기장에 벌떼의 공습이 시작된 건 후반전에서였다.

당시 경기장에 있던 보조원은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 같은 게 나타나더니 곧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향했다"고 말했다. 그가 본 건 다름 아닌 벌떼였다.

벌떼가 출현하자 경기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선수들은 벌떼의 공격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선수들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도저히 경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주심은 휘슬을 불고 경기를 중단시켰다.

초유의 사태이다 보니 경기장 측은 대응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다 누군가 생각해 낸 게 물을 뿌리는 것이었다.

관계자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소방호수를 가져다 물을 뿌리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경기장 직원들이 달려가 소방호수를 가져다가 물을 뿌리며 벌떼를 쫓아 보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벌떼가 물러가지 않자 한 경기장 직원은 장대 끝에 붙인 횃불을 들고 나타났다. 직원은 횃불을 휘두르며 벌떼를 쫓아보려 했다. 벌떼의 공격에 인간이 수공에 이어 화공으로 대응한 셈이다.

이 난리가 약 20여 분 동안 계속됐다. 선수 3명이 벌에 쏘이는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중증은 아니었다.

FC 아킬레의 팀닥터 헤수스 렌돈은 "축구경기 중 벌떼가 몰려와 선수를 공격한 건 처음 본다"며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당시의 공포감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이 만들어낸 사건인데 도리가 있겠는가"라며 "인간의 무기력함을 새삼 느낀 사건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는 중단된 지 2시간 만에 재개됐다. 경기에선 누에바 산타 크루스가 5대1로 승리해 2부 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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