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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함락당한 아프간을 그림 한장으로 그려낸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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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반에 함락당한 아프간을 그림 한장으로 그려낸 여성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며칠 전 사라 라흐마니는 남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현재 그녀의 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에이고에 있는 주택에 있지만, 마음만은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모국에 가 있다.

아프간 출신의 젊은 예술가이자 대학생인 라흐마니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소녀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내 나라 사람들과 내 문화 그리고 그곳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나타내길 좋아하기 때문”이라면서 “스케치를 한 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눈에 색을 입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며칠 뒤 그들(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했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덧붙였다.

라흐마니와 그녀의 가족은 4년 전 특별이민비자(SIV)로 미국에 건너왔다.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미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오기 전에도 카불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는 라흐마니는 “카불에 남아있는 여성들은 정말 나쁜 상황에 있다. 미래에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른다”면서 “그들(탈레반)은 여성들에게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없게 하고 남성과 동행해야만 집을 나서게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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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에 따르면, 그림 왼쪽 하단에 아프간 국기 색상이 사용됐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두 여성의 땋은 머리와 장신구는 이 나라의 풍요로운 문화를 보여준다. 한 여성은 결혼식 등 특별한 행사에서 아프간인들이 즐겨 추는 전통 무용을 선보이고 있으며, 다른 한 여성은 아프간 국기의 검은 부분을 칠판 삼아 페르시아어로 평화라고 쓰고 있다. 그림 중앙에 있는 소녀는 빛이 비쳐진 부분만이 행복해 보이는데 이는 탈레반에 점령당하기 전 아프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행복한 이 소녀는 다른 아이들과 놀면서 손이 지저분해진 상태다.

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노란 꽃은 소녀가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다. 소녀의 머리에 두른 스카프는 초록색이며 아프간인들에게 평화와 기쁨 그리고 행복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른쪽 회색 옷은 카불의 혼란스러운 대피 중에 미군 항공기에서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절망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밑에는 공항 게이트에서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아기 만이라도 울타리 너머로 보내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라흐마니는 “미국에 있어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나라가 아니라서 기분이 이상하다. 말도 문화도 모든 것이 다르다”면서 “비록 경제적으로 안심이 된다고 하더라도 마음속에 뭔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바로 모국이며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라흐마니는 결국 눈물을 보이며 “난 세상이 알아주길 바란다. 무고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어머니를 잃고 자식을 잃고 있는데 언제쯤 이런 일이 끝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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