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약 46억 년 전 태양계의 탄생 현장으로 시간여행을 해야 한다. 그 무렵에는 태양계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 태양계를 이룰 거대한 ‘태양 성운’이 있었을 뿐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라이브 사이언스’와 인터뷰한 하와이 대학 천문학자 네이더 해그하이푸어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태양 성운는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회전 구름이었다. 성운의 크기는 무려 1만2000AU(천문단위)를 달했다. 1AU는 지구-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로 약 1억5000만㎞니까 성운의 크기는 1조8000억㎞다.
이 어마무시한 크기의 구름 덩어리는 우주 먼지와 가스 분자로 가득 찬 존재였는데, 이것이 자체 질량으로 중력붕괴하면서 수축하기 시작했다고 해그하이푸어는 말했다. 먼지와 가스 구름이 붕괴하면서 회전속도를 높여가자 두리뭉실했던 구름 덩어리가 점차 편평해져갔다. 파이 반죽을 빠르게 회전시키면 납작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같은 현상이 바로 초기 태양계에 일어났던 것이다.
이렇게 성운 원반이 빠르게 회전하면, 그 중심에서 가스 분자들은 엄청난 압력으로 뭉쳐져 가승 공을 만들고 계속 온도가 치솟게 된다고 해그하이푸어는 설명한다. 이윽고 온도가 1000만 도를 돌파하면 중심부에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수소가 융합하여 헬륨을 만들어내는 핵융합반응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소 원자 4개가 만나서 헬륨핵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의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데,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공식 E=mc^2에 따라 여기서 엄청난 핵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가스 공은 중력수축을 멈춘다. 가스 공의 외곽층 질량과 중심부 고온-고압이 평형을 이루어 별 전체가 안정된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방 빛을 발하는 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융합으로 생기는 에너지가 광자로 바뀌어 주위 물질에 흡수, 방출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줄기차게 표면으로 올라오는데, 태양 같은 항성의 경우 중심핵에서 출발한 광자가 표면층까지 도달하는 데 얼추 100만 년 정도 걸린다. 표면층에 도달한 최초의 광자가 드넓은 우주공간으로 날아갈 때 비로소 별은 반짝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타 탄생이다.
지금 하늘에서 우리를 비추고 있는 태양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아기 별 태양은 생후 5000만 년 동안 계속해서 성장하여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모으고 강렬한 열과 복사를 뿜어냈다. 그리고 주위 물질을 집어삼키면서 점점 덩치를 키워나간다. 태양이 커짐에 따라 분자구름은 계속해서 붕괴되어 “별 주위에 원반이 형성되어 태양을 중심으로 하여 점점 더 팽창하면서 편평해진다”라고 해그하이푸어는 덧붙였다.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면서 이윽고 태양 성운은 젊은 별을 공전하는 원시행성 원반이라는 편평한 구조가 되었는데, 이 원반은 무려 수백 천문단위(AU)에 이르는 어마무시한 크기였지만, 두께는 그 너비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후 수천만 년 동안 원시행성 원반의 먼지 입자는 부드럽게 소용돌이치며 때때로 서로 부딪쳐 합쳐지면서 밀리미터 크기의 알갱이가 되고, 그 알갱이들은 다시 센티미터 크기의 자갈이 되고, 자갈들은 계속 충돌, 합병하여 우주 암석을 만들어갔다.
결국 원시행성 원반에 있는 대부분의 물질은 서로 달라붙어 거대한 물체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중 일부는 덩치를 충분히 키운 나머지 중력이 지배적인 힘으로 작용한 자신의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행성, 위성, 큰 소행성 들이다. 덩치를 키우는 데 실패한 우주암석들은 울퉁불퉁한 위성이나 소행성, 혜성과 같이 불규칙한 모양이 되었다. 이러한 천체들은 크기는 다르지만 그들이 태어난 동일한 원반 평면에 머물게 되었으며, 이런 이유로 오늘날에도 태양계의 8개 행성을 비롯한 태양계 식구들은 거의 같은 공전면 위에서 태양 둘레를 돌게 된 것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