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가르트는 이날 독일 북부 이체호에 있는 법원에 구급용 휠체어에 앉아 출석했으며 특히 스카프와 선글라스, 의료용 마스크까지 착용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름가르트는 자신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에 대해서만 입을 열고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검찰의 공소 내용이 법정에 울려퍼질 동안 이름가르트가 귀를 기울이는 듯 했다"면서 "때로는 얼굴을 문지르고 왼쪽 손목에 있는 전자태그를 움켜쥐고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96세의 노인이 된 이름가르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 그단스키 인근에 세워진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비서 겸 타자수로 일했다. 이곳에서 유대인과 포로 등을 대상으로 한 나치의 집단 학살이 이루어져 사망자는 총 6만5000명에 이른다.
당시 18~20세였던 이름가르트는 1943∼1945년 사이 강제수용소에서 1만1000여 건의 살인을 조력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기소됐다. 비서 겸 타자수로서 강제수용소 파울 베르너 호페 사령관의 학살 명령을 문서로 작성해 이를 알고도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
그로부터 무려 8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전범들을 추적해 재판장에 세우는 독일의 역사청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크비크보른 지역의 요양원에 살던 이름가르트의 경우 뒤늦게 혐의가 드러나 재판장에 세워졌고 특히 지난달 말 재판을 앞두고 도망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이름가르트는 지난 2019년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난 후에야 뒤늦게 학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