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학교 5학년,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10대 맘 루드미아 디산테(18)의 이야기다. 지난 8월 아기를 출산한 디산테는 최근 코로나19 일상회복 조치로 등교수업이 재개되면서 학교에 나가고 있지만 졸업이 힘들었다.
출산과 육아로 올해 들어 원격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해 진도가 확 뒤져버린 탓이다. 그가 다니는 브란센 1번 학교는 디산테와 사정이 비슷한 학생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수업에 참석하는 것도 그녀에겐 여의치 않았다. 이제 3개월 된 딸 때문이었다.
디산테는 "평일에는 아기를 봐줄 도우미가 오시지만 주말엔 일을 할 수 없어 내가 아니면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다"고 했다. 가족들은 "아기까지 생겼는데 학교를 졸업한다고 큰 의미가 있겠는가"라면서 도움을 주려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을 내민 건 바로 선생님이었다. 디산테의 사정을 알게 된 이 학교의 경제학교사 페데리코 텐레이로는 "방법을 찾아보자. 토요일에 무조건 와. 기다릴게"라면서 디산테를 격려했다.
교사가 디산테의 딱한 사정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응원을 아끼지 않은 건 육아로 인한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 경험자였기 때문이었다. 텐레이로 교사는 면담에서 "나도 자식이 다섯이야.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지"라고 했다고 한다. 디산테는 "얼마나 고마운지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더라"라고 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디산테는 3개월 된 딸을 데리고 첫 토요수업에 참석했다. 아기를 안고 수업을 받았지만 딸이 이내 울어버리면서 디산테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5자녀의 아빠인 텐레이로 교사는 디산테에게 다가가 아기를 달라고 했다.
능숙하게 한 손으로 아기를 안은 교사는 또 다른 손으로 교재를 들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 교사의 품에서 아기는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교사의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한 디산테는 "선생님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면서 "평생 은혜를 잊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