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쑤저우시에 소재한 부동산 3채를 증여받고도 조모 부양을 거부한 손녀에 대해 법원이 재산 반환 명령을 판결했다.
사건은 3년 전 쑤저우에 거주하는 70대 노인 루잉 씨가 자신의 전 재산을 손녀에게 증여한 뒤 발생했다.
재산 증여 전 매주 한 차례씩 찾아와 함께 식사를 하며 살갑게 대했던 손녀 리 모양에게 조모 루잉 할머니는 자신의 전 재산을 모두 증여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
당시 리 양은 할머니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증여받기 전, 루잉 할머니가 사망할 때까지 부양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손녀의 약속을 철석같이 신뢰했던 할머니는 곧장 리 양에게 자신이 평생 일군 전 재산을 모두 증여했다.
하지만 할머니 명의의 재산이 모두 리 양에게 이전된 뒤 손녀의 태도는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리 양은 할머니에게 약속했던 생활비 명목의 용돈 조차 일체 송금하지 않은 채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던 것. 최근 중국에서 일명 ‘효도사기’로 불리는 행각으로 조모 또는 부모를 모시겠다고 한 자식이 매달 생활비로 끊은 채 방치한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무려 3년 동안이나 손녀로부터 방치된 채 홀로 요양원 생활을 했던 루잉 할머니는 급기야 법원에 재산 증여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얼마 전부터 루잉 할머니는 자신이 거주하는 요양원 입주 비용을 지불할 여력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생활비와 요양원 입주 비용이 없었던 할머니는 올 초부터 손녀에게 증여했던 주택 입주자에게 월세 일부를 자신에게 송금토록 연락을 취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평소 할머니와 잘 알고 지냈던 세입자로부터 월세 일부를 송금받은 할머니는 그제야 밀린 요양원 입주 비용을 지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손녀의 불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세입자가 월세 일부를 루잉 할머니에게 송금한 것을 확인한 뒤 해당 세입자에게 즉각 퇴실하라고 주장했던 것. 또, 적은 금액이지만 주택의 실제 명의자인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루잉 할머니에게 월세 일부를 송금했다는 것을 두고 리 양은 세입자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자 루잉 할머니도 더 이상 참지 않았다.
할머니는 곧장 관할 법원을 찾아 3년 전 손녀 리 양에게 증여했던 재산 증여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할머니는 리 양에게 전 재산을 증여할 시 부양 책임을 다 한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리 양 측이 약속 이행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산 증여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관할 법원은 지난 3일 루잉 할머니의 재산 증여 취소 소송이 이유가 있다고 보고 할머니를 지지한다는 판결문을 공개했다.
법원이 이날 공개한 최종 판결문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제야 비로소 정의가 실현됐다”면서 “증여 철회 소식을 들으니 속이 통쾌해졌다. 손녀의 부양을 기대하기보다는 요양원에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편하게 지내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정적인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증여 철회 파이팅”,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맺음되는 판결문을 보니 기분이 좋다”, “어르신들이 이젠 더 이상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피붙이들에게 정에 이끌려 전재산을 내놓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