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웰슬리 칼리지 등 연구진은 베트남에서 한국의 토종벌과 같은 재래꿀벌(Apis cerana)이 날개로 내는 경보음을 기록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특별한 소리를 발견했다.
이른바 ‘안티프레데터 파이프’(antipredator pipe)로 명명된 이 소리는 기존 연구에서 ‘쉿쉿’하는 경고 소리나 정지 신호로 짧지만 높은 진동수의 ‘붕붕’대는 소리와 다르게 진동수가 급격하게 변하는 거칠고 불규칙한 소리다.
일단 일벌이 이런 공습 경보음을 내면 동료 일벌들은 벌통 입구에 모여 방어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동원령인 것이다. 여기에는 벌통에 침입을 시도하는 말벌을 공처럼 둘러싸 열에 못 견뎌 죽게 하는 것이나 벌통을 떼로 공격하는 습성을 지닌 장수말벌 일종인 베스파 소로르(Vespa soror)를 막기 위해 다른 동물의 배설물을 벌통 입구에 바르는 전략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연구 주저자인 헤더 마틸라 웰슬리 칼리지 생물학과 부교수는 “꿀벌의 이 같은 경보음은 매우 특징적이어서 처음에 그 소리를 들으면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설명했다.
마틸라 교수는 또 “그 소리는 많은 포유류의 경보 신호와도 공통된 특징이 있다. 포유류의 경우 경보음에는 들으면 즉시 위험을 전달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서 “그것은 보편적인 경험인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급변하는 진동수를 사용한 이 같은 위험 신호는 재래꿀벌 외에도 새와 미어캣 그리고 여러 영장류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지난 7년간 베트남에서 재래꿀벌이 말벌의 습격을 받았을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하면서 이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이들은 벌통 안에 설치한 마이크를 통해 1300분(약 22시간) 동안 거의 3만 개에 달하는 꿀벌의 신호를 포착했다. 꿀벌이 내는 소리는 벌집이 위협을 받지 않을 때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말벌떼의 습격을 받으면 8배로 커져 소음처럼 들렸다.
연구진은 연구논문에서 “꿀벌들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끊임없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벌집 방어를 위해 일벌을 소집해야 하는 위험한 순간에는 이런 포식자에 대응하기 위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동저자인 가르 오티스 캐나다 겔프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시아 꿀벌이 만드는 신호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꿀벌의 의사소통을 겉으로 보기에만 이해한 것일지도 모른다”면서 “배워야 할 점은 아직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영국학사원이 발행하는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