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취득한 물리학 박사학위는 명예박사가 아닌 실제로 20년 간 공부와 연구를 통해 이뤄낸 커다란 성과다. 특히 그는 이미 의학박사, 생화학박사 학위가 있어 이번이 세번째인 셈. 스타이너는 "마치 세계 정상에 우뚝 서 있는 기분"이라면서 "이번이 세번째 박사학위지만 이 나이에 받았다는 점에서 정말 소중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만간 구순(九旬)을 앞둔 그의 삶은 긴 인생만큼이나 파란만장하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나고 자란 그는 세계 2차대전이 끝났을 때인 10대 시절 물리학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가족의 권유에 따라 공부한 것은 의학이었다. 스타이너는 "50년 대 초반 의대생 시절에도 여전히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학교와 가까운 물리연구소에 몰래 찾아가 양자물리학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공부에 매진한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터프츠 대학과 MIT에서 공부했으며 결국 브라운 대학 의과대학 혈액학 분야를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 여기까지의 삶만 봐도 후회없는 인생을 보낸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학구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0년 은퇴한 이유 평생 관심을 가졌던 물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 이에 그는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MIT에서 많은 물리학 수업을 들었고 통학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예 학교에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다시 20년을 공부한 그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타이너는 "건강이 늘 문제였고 공부하는 기간 중 심각한 상태에 놓이기도 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이겨내고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털어놨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