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의 3일 보도에 따르면 이날 동부 펀자브주에서는 이슬람교도 무리가 현지의 한 스포츠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국적의 관리인을 납치한 뒤 끔찍하게 살해했다.
현지 경찰 당국의 조사 결과, 희생된 쿠라마라는 이름의 스리랑카 관리인은 최근 이슬람교 예언자인 무하마드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공장 노동자들에게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무슬림 사이에서는 쿠라마의 행동이 신성모독에 해당한다며 분노했고, 일부 극단적인 무슬림이 모여 그를 직접 처벌한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영상은 폭도들이 심하게 폭행당한 상태의 희생자를 공장 밖으로 끌어낸 뒤 불태우는 끔찍한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에서는 신성모독의 이유로 그를 직접 ‘화형’에 처한 폭도들을 찬사하는 군중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경찰 측은 “군중들이 희생자를 공격한 정확한 이유를 조사 중이며, 현재 그의 시신은 부검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게스와라 구나라트네 스리랑카 외교부 대변인은 “스리랑카는 파키스탄 당국이 수사와 정의 실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공장에서 발생한 끔찍한 공격과 살아있는 스리랑카 국적의 남성을 불태운 오늘은 파키스탄 수치의 날”이라고 비난하면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약속했다.
현재 경찰은 관련 용의자 100명을 체포하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코란 불태운 자, 똑같이 화형에 처해야”한편 이번 사건은 이스람교도 폭도 수천 명이 신성 모독죄로 체포된 사람을 자신들에게 넘기라며 경찰서를 습격한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북서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의 한 마을 경찰서에 약 3000명의 이슬람 신도가 들이닥쳤다. 이들은 경찰서와 인근 검문소에 불을 지르며 경찰에게 신성 모독죄로 체포된 사람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다음날인 29일에도 약 2000명이 경찰서 앞으로 몰려와 경찰 제복을 태우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시 경찰서를 습격한 이들은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불에 태운 뒤 신성 모독죄로 체포된 남성을 산 채로 화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이베르파크툰크와 주정부에서 시위대를 막기 위해 군대를 출동시키기까지 했지만, 결국 차량 30대가 불타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파키스탄에서 신성 모독은 매우 예민한 사안으로 꼽힌다. 파키스탄은 인구 2억 2000만명 가운데 97%가 무슬림이고, 국교가 이슬람교다. 신성 모독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 또는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
그러나 유죄 판결이 나기도 전, 일부 과격한 무슬림은 신성 모독 피의자를 총살하거나 집단 구타 또는 불에 태워 살해하기도 한다.
신성 모독죄 관련법은 나이와 관계없이 대다수의 파키스탄 국민에게 적용된다. 지난 8월에는 파키스탄 힌두교 마을의 8세 소년이 종교 서적이 보관된 이슬람 도서관 카펫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다.
신성 모독죄는 소수 종교에 대한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돼왔으며, 1990년 이후 파키스탄에서 신성 모독죄 논란과 관련해 최소 75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슬람 군중이 100년 이상 된 힌두교 사찰을 부수고 불태우기도 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