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진은 오미크론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유달리 많이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인체 면역계가 이를 얼마나 제대로 감지할 수 있는지를 측정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 부분으로, 체내 침투 시 주요하게 쓰인다. 따라서 이 부분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이미 항체가 있어도 면역계를 피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약 70%는 백신이나 자연면역을 피하기 위해 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가 이론적으로 면역 반응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보건안전국 수석 과학고문인 수전 홉킨스 박사는 이번 밀라노대 연구 성과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홉킨스 박사는 “결과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의미하고 있어 기존 백신이 효과가 없을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면역학자는 오미크론 변이에서 인체 항체와 T세포의 표적이 되는 부분이 다른 어떤 변이보다 3배 이상 많은 돌연변이를 보인다고 우려한다.
영국 바이러스학자 로런스 영 워릭대 교수에 따르면, 밀라노대 연구는 방역 대책에 도움이 되지만, 오미크론이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알려주지 않아 결정적이지는 않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2주 동안 실험실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분리해 전파력과 백신 회피성, 치명률 등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백신 접종자나 이전 감염자는 면역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그 효과가 정확히 얼마나 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오미크론 변이는 현재까지 전파력이 높지만, 치명률이 낮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의 종식을 앞당길 ‘성탄절 선물’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