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경찰은 이날 아그리젠토 시쿨리아나에 있는 시카니아난민수용소에서 미성년자 5명 등 6명의 이집트 남성을 체포했다. 그간 조직적으로 성범죄를 일삼아온 이들은 수용소의 여학생 숙소를 급습, 소녀 10명을 매일 같이 성폭행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이집트와 튀니지 출신으로 모두 코로나19 격리구역에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난민으로 구성된 성범죄 조직은 거의 매일 여학생 숙소를 습격,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숙소 내 대형 접견실에서 어린 소녀들에게 성행위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이 피해 사실을 외부에 유출하지 말라고 소녀들을 협박했다고도 설명했다. 납치 및 성폭행 혐의로 용의자들을 구금한 경찰은 다른 유력한 가해자를 쫓으며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시카니아난민수용소는 현지 민간협회가 운영하는 시설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 프리마토 나지오날레’ 등 현지언론은 해당 수용소가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게 더 쉬운 사실상 무법지대라고 전했다. 집단 탈출과 폭동이 일상이며, 탈출 난민의 범죄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9월에는 수용소를 탈출한 튀니지 남성 2명이 마을 소녀 3명을 성추행하다 붙잡혔다. 2020년 7월에는 집단 탈출을 막던 경찰관이 튀니지 난민들에게 맞아 중상을 입었다.
이 같은 난민 범죄 배경에는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있다고 전문 매체들은 분석한다. 한 프랑스 이민자 정보지는 난민 수가 급증한 데 비해 수용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당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유럽 최대 규모의 미네오 난민수용소를 공식 폐쇄하는 등 강경 정책을 펼쳤다. 살비니 전 장관은 난민 구조선 상륙을 방해하고 최악의 폭염 속에 난민들을 18일간 해상 표류하도록 방치하기도 했다.
이후 시칠리아 내 다른 난민수용소는 인구 과밀 문제로 허덕였다. 같은 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과 과밀 수용에 반발한 난민의 집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이유로 수용소를 탈출한 에리트레아 20세 청년은 차에 치여 사망했으며, 그 뒤를 쫓던 경찰 3명도 다쳤다.
코로나19와 함께 과밀 수용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지만, 시칠리아 정부는 수용시설 폐쇄를 고집했다. 넬로 무수메치 시칠리아 주지사는 2020년 8월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지킬 수 없다며 섬 전체 난민수용소를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이 해당 명령을 무효화시키긴 했지만, 난민수용소를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